김연경, 성실하고 치열하게

2025-11-10

요즘 가장 빠져 있는 TV 프로그램은 MBC ‘신인감독 김연경’이다. 세계 최고의 배구 선수였던 김연경(사진)이 신인 감독이 되어 언더독 팀 ‘원더독스’를 이끈다는 기획은 그 자체만으로도 눈길을 끌지만, 시청자들이 이 프로그램에 열광하고 시즌제 편성을 요구하는 이유는 단순히 그 때문은 아니다.

배구를 잘 모르는 사람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편집, 박진감 넘치는 경기 내용과 치열한 지략 싸움, 깔끔한 경기 중계와 같은 요소들이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동안, 시청자들의 마음을 울리는 고통과 노력과 성장의 서사가 펼쳐지기 때문이다. 그 과정은 ‘선배’ 김연경이 이끌고 있다.

인터뷰집 『여자가 사랑한 여자들』(2025)에 수록된 인터뷰에서 김연경은 잃고 싶지 않은 마음가짐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가 ‘Sicut erat in principio’, 즉 ‘처음과 같이’라는 라틴어 구절을 몸에 새긴 이유이기도 하다. “꿈과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마음. 남을 깔보지 않는 태도. 안주하지 말고 계속해서 나아가자. 자만하지 말자.” 운동선수로서 흔히 가질 법한 목표지만, 김연경이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 마음을 실천에 옮겼다는 점을 생각하면 그 어떤 다짐보다도 무겁게 다가온다. 베테랑이니 훈련을 좀 살살 해도 되지 않냐는 질문에 “절대로 긴장의 끈을 놓으면 안 된다”고 답하던 김연경의 태도는 원더독스의 선수들에게도 귀감이 될 법하다.

서브 속도가 나지 않아 울던 선수가 서브에이스로 연속 득점을 내고, 공격 전략을 수행하지 못하던 선수가 자신 있게 공격에 변주를 주고, 기회를 얻지 못했던 선수가 코트 안의 지휘자로 척척 공을 올리는 모습에서 그 반향을 느낀다.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며 성장하려는 향상심. 반복되는 매일의 삶에서 그런 마음을 갖기란 쉬운 일이 아니지만, 이 프로그램을 보고 있으면 어쩐지 힘을 내 볼 수 있을 것만 같다.

김겨울 작가·북 유튜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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