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일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을 만나 “부처님 뜻대로 자비를 베풀면서 국민이 편안하게 살 수 있도록 당 대표로서 머슴 노릇을 잘하겠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이날 서울 종로구 조계사 경내에 있는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진우스님을 예방하며 “역사적으로 호국불교의 정신을 존중하면서 나라를 지키는 심정으로 (당 대표직을) 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진우 스님은 신심명(信心銘)의 한 구절인 ‘지도무난 유혐간택(至道無難 唯嫌揀擇)을 인용하며 정 대표에게 감정을 절제해야 한다’는 취지의 조언을 건넸다. 그는 “좋고 싫음의 감정을 간택하지 않으면 법과 정치가 어렵지 않다는 뜻”이라며 “누군가를 증오하거나 지나친 애정을 삼갈 때 법이 바로 설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정 대표는 “큰 스님 말씀처럼 감정을 빼고 법대로 탕평 인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도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을 과거를 묻지 않고 적임자라며 재임명하지 않았나”며 “저도 당 대표 선거에서 누구를 도왔는지와 관계없이 탕평 인사를 하고 있다. 언론에서도 ‘자기 사람 챙긴다’는 비판이 나오는데 이번엔 그런 게 없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2021년 국정감사에서 경남 합천 해인사 문화재 관람료를 ‘통행세’로 지칭하고, 사찰을 ‘봉이 김선달’에 비유하면서 조계종의 반발을 샀던 일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필연은 우연의 옷을 입고 나타난다는 말을 제가 즐겨 쓰는데, 제가 3년 전 ‘역행보살’을 해 문화재 관람료 문제를 해결하게 됐다”며 “3년 전 제 지역구 사무실에서 목탁을 치며 ‘정청래 물러가라’고 했던 스님과는 너무 친해져서 오늘도 오는 길이 굉장히 설레었다”고 말했다.
불교 용어인 역행보살은 악행의 업보를 널리 보여주기 위해 일부러 그릇된 짓을 하는 보살을 뜻한다. 정 대표는 이후 국가지정문화재 보유 사찰에 입장할 때 징수하던 문화재 관람료를 면제하고 이를 국가·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하는 문화재보호법 개정을 주도해 불교계와의 갈등을 해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