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킹이 불러온 경쟁…휴대폰 번호이동 11년만에 최대치

2025-12-02

올해 휴대폰 번호이동(통신사 변경) 누적건수가 700만건을 넘어서며 2014년 이후 최대치를 거뒀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폐지 등 경쟁 정책 효과가 아닌 해킹 사태가 불러온 비정상적 수요 이동이 주된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관측이다. 경쟁 활성화 불씨가 되살아났다고 보기 어렵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2일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올해 1~11월 휴대폰 번호이동 누적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2% 늘어난 728만3835건으로 집계됐다. 단통법 이전이었던 2014년 이후 11년만에 최대치다. 700만건을 넘어선 것도 2017년 이후 8년만이다.

2014년 약 865만건을 기록한 국내 번호이동 시장은 단통법 제정 이듬해인 2015년 705만건, 2017년 701만건으로 감소세를 보이다가 올해 들어 다시 반등했다.

올해 번호이동 시장 지표가 호조세를 보인 것은 통신사에서 발생한 침해사고가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통상 50만건 안팎 수준인 월간 번호이동 지표는 올해 5월과 7월 두차례나 90만건을 넘겼는데 이는 모두 SK텔레콤 유심 해킹 사태와 연관됐다. 첫 달에는 과도한 불안감이 확산되며 가입자 대거 이탈이 발생했고 이후에는 침해사고 보상 조치에 따른 위약금 전액 면제에 따라 통신사를 옮겨 타는 이용자가 많았다.

일부 유통점에서는 이번 기회를 틈타 대규모 보조금을 살포하는 등 고객 유치 경쟁이 과열되는 양상도 보였다. 실제 KT와 LG유플러스는 올 2분기에 번호이동 쟁탈전 영향으로 고객 획득 비용이 커졌다. 이통 3사 합산 마케팅비도 2조원까지 늘었다.

번호이동은 통신사간 경쟁 강도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로 꼽히지만 단통법 이전과 같은 수준의 출혈 경쟁이 다시 나타날 가능성은 적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실제 해킹 사태 이후 통신사 보조금 경쟁 여력이 약화하고 있다. 지난달 번호이동 수는 약 55만건으로 올해 1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정부가 경쟁 촉진을 통한 가계통신비 인하를 위해 도입한 전환지원금 제도도 시장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폐지됐다. 보조금 경쟁을 촉발할 변곡점으로 기대됐던 단통법 폐지 시행도 현재로선 미풍에 그치고 있다. 상한이 폐지된 유통점 추가지원금은 온라인 채널 중심의 스팟성으로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통신사들도 가입자 확보를 위한 과열 경쟁은 지양한다는 입장이다. 인공지능(AI) 등 신사업과 보안 강화에 투입할 재원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분위기다. 연간 영업이익과 맞먹는 주파수 재할당 대가도 마련해야한다. 특히 휴대폰 시장이 고가 단말 중심으로 형성되고 5G 보급률이 80%를 넘어서면서 과거 대비 고객 유인책이 떨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박준호 기자 junh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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