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가 최근 자국 조선업 시장을 키우기 위한 조선업 강화법안을 발의한 가운데, 국내 조선사들의 추가적인 입지 강화가 예상된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국 의회는 지난 19일(현지시간) '미국의 번영과 안보를 위한 조선업과 항만시설법'을 발의했다. 해당 법안에는 중국 선박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정책과 자국 내 선박 건조를 장려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구체적으로는 미국 선적 상선을 기존 80척에서 10년 안에 250척으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또 미국 정부가 조약 동맹을 맺었거나, 전략적 파트너라고 명시한 국가와는 해양 산업을 지원할 기획을 모색도록 했다. 이 외에 중국 선적이나 중국 소유 선박으로 수입한 제품에 사실상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번 발의 쟁점은 미국의 조선 산업을 키우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미국의 조선 산업은 지난 1970년대까지 글로벌 세계 최고 수준을 유지했다. 외교부 경제안보외교센터가 발간한 '미중 조선·해운 경쟁' 보고서에 따르면 1975년 당시 미국 조선 산업은 무려 70척 이상의 대형 상선을 건조했고, 18만명 수준의 대규모 근로자를 고용했다. 다만 1980년 레이건 행정부가 집권을 시작하면서 조선 산업 지원이 중단됐고, 미국의 조선 산업은 이 시기를 기점으로 쇠퇴길을 걸었다.
승승장구하던 미국이 몰락한, 반면 이 기간 한국과 일본, 중국은 새로운 경쟁자로 떠올랐다. 중국은 2000년대 들어 전략적으로 조선 산업을 육성했고, 2006년에는 조선 산업을 국가기간산업 및 전략산업으로 설정하며 자국 조선 시장을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그 결과 중국은 2022년을 기점으로 매년 전 세계 선박 발주량 1위를 휩쓸고 있다.
다만 미국은 중국의 성장은 불공정한 정책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이 조직적·체계적으로 시장에 개입해 자국 기업들을 육성하고 있고, 이 같은 관행으로 미국 산업이 피해를 입는다는 입장에서다. 현재도 심화되고 있는 미중 갈등 대립에 따라 국내 조선사들의 반사이익 가능성도 높다. 미국이 중국에 높은 관세 등을 부과하면, 중국산 수요 감소는 물론 국내 조선사들의 발주가 역으로 늘어날 것이란 분석에서다.
이 가운데, 국내 조선업을 향한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발언도 연일 주목거리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달 7일 윤석열 대통령과의 통화해서 "선박 수출뿐만 아니라 보수·수리·정비 분야에서도 한국과 긴밀하게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화석 연료 위주로 산업을 적극 키우고 있다는 점도 국내 조선업계에 호재다. 트럼프 당선인은 1기 정부 집권 당시에도 화석 연료를 중심으로 산업을 키워왔는데, 국내 조선사들은 액화천연가스(LNG)와 액화석유가스(LPG) 등 친환경 연료를 기반으로 한 선박 사업을 적극 영위 중이다. 따라서 트럼프 2기 정부가 출범하면 국내 조선사들의 선박 발주가 크게 늘 수 있다.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일은 내년 1월 20일이다.
조선업계도 향후 양국의 협력 기회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점치는 분위기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미국은 올해 초부터 자국 조선 산업 보호 정책을 추진하기 위한 관련 법안을 다수 발의했는데, 이 과정에서 중국의 불공정 행위에 대응하기 위한 보호조치 등을 발표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통계적으로만 보면 현재 1·2위를 앞다투는 국가는 한국과 중국이지만, 미국은 현재 중국 (조선) 정책의 불공정 관행으로 자국 이익이 침해받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동맹국인 우리나라와의 협력 기회를 더욱 넓힐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