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가 4만원주고 산 가짜 '마그나카르타'... 300억짜리 진짜였다

2025-05-17

미국 하버드 대학교가 80년 전 구매한 '마그나카르타'(magna carta·대헌장)가 725년 전 영국 왕이 서명한 진품으로 파악됐다. 앞서 또 다른 진품 마그나카르타가 경매에서 290억원이 넘는 거액에 낙찰된 바 있어 감정가는 수십억배 치솟을 것으로 보인다.

14일(현지 시각)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하버드대 로스쿨 도서관은 80년 전 27.50달러를 주고 구입한 마그나카르타 사본이 1300년대 왕이 서명한 진품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마그나카르타는 영국 귀족들의 요구에 못 이겨 영국 왕이 서명한 인권 헌장이다. 신민들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고 왕 역시 법 아래에 있다는 점을 명시하는 문서다. 여기에 언급된 내용은 권리장전 등으로 이어지면서 민주주의 헌법의 토대가 됐다.

1215년 존 왕이 처음으로 발표한 이후 1300년까지 후세 왕들이 여섯 번 개정했고, 이 과정에서 여러 복사본이 발행됐다.

하버드대는 지난 1945년, 이 대헌장이 수많은 카피본 중 하나라고 생각하고 구매했다. 런던의 한 서점이 클락슨 가문의 재산을 처분하는 경매에서 42파운드에 구매하고, 하버드대학교가 당시 환율로 약 7파운드 정도 되는 27.50달러에 이를 사들였다. 현재 가치로는 450달러(약 63만원) 정도다.

이후 하버드대는 도서관 소장품 목록에 이 대헌장을 'HLS MS 172'로 분류하고 “1327년 제작된 사본으로 다소 문질러지고 습기로 얼룩져 있다”고 소개했다.

처음 진품 여부를 의심한 것은 데이비드 카펜터 영국 킹스칼리지 런던 교수다. 그는 “문서를 보고 '내 눈앞에 뭐가 있는 거지? 세상에, 1300년 마그나 카르타 원본같이 생겼다. 이건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카펜터 교수는 중세 역사 전문가인 니콜라스 빈센트 이스트앵글리아대학교 교수와 협력해 해당 문서의 진위를 확인했다.

마지막 개정인 1300년 공식 대헌장은 가로세로 각각 19인치로 다른 연도에 발행된 것보다 크기가 작다. 하버드 소유의 대헌장을 진품으로 인정받은 1300년 대헌장과 비교하자 크기가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두 교수는 하버드에 요청해 자외선 촬영, 분광 이미징 등 여러 기법을 도입해 문서의 글자를 식별했고 이를 앞서 확인된 진본과 비교했다.

진품이라면 1300년 당시의 어휘와 어순이 시대와 맞아야 하며, 특히 왕의 서명이 필체까지 모두 동일해야 한다. 두 교수는 이를 자세히 살펴본 결과 어휘와 어순은 물론, 왕의 서명도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 'Eduardus' 서명의 첫 글자인 E뿐 아니라 D까지 대문자로 쓰는 에드워드 왕의 독특한 서명 방식이 다른 판본과 모두 같았다.

마그나 카르타 1300년 판본이 하나 더 발견된 순간이다. 현재까지 확인된 마르나 카르타 원본은 여러 개정을 통틀어 약 24부 정도이며, 이 중 1300년 개정본은 6부다.

카펜터 교수는 이번 발견에 대해 “사실상 마지막 대헌장”이라고 설명했다.

두 교수는 이에 그치지 않고 해당 문서가 어디서 분실됐는지를 확인했다. 빈센트 교수는 1300년 당시 애플비 자치구에 발행된 대헌장이 1762년을 마지막으로 사라진 것을 확인했으며, 해당 문서가 당시 분실된 것으로 추측된다고 전했다.

이번에 확인된 마르나 카르타의 가치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지난 2007년 뉴욕의 한 경매에서 1297년 발행된 마그나 카르타가 2100만달러(현재 환율 기준 약 292억원)에 낙찰된 바 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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