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무것도 알고 싶지 않다, 꿈꾸고 싶지 않다.
누가 나에게 무위를 가르쳐주겠는가,
누가 계속 살지 않고 사는 길을 가르쳐주겠는가?
어떻게 물이 사는가?
돌들의 하늘은 어떤 것인가?
철새들이 그 전성기를 멈출 때까지
마침내 그들이 그들 화살과 함께
차가운 섬들로 날아갈 때까지
부동자세로.
부동자세로, 은밀한 삶을 누리며
쏟아부을 수 없는 물방울 같은
나날들이 미끄러지는 대로
지하에 숨어 사는 도시의 삶:
우리의 부활의 순간까지,
무너져 누워 있던 것으로부터
묻혀 있던 봄의
차분한 발걸음으로 돌아올 때까지
닳지 않고 죽지 않는
끝없는 부동자세로,
마침내 무생무위로부터
금방 꽃가지 되어 올라오는.
파블로 네루다(1904~1973)
봄을 지연시켰던 “부동의 계절”은 이제 곧 끝날 것이다. 숨죽이며 살았던 지난 몇달은 잘못 뿌리를 내린 것들이 드러나는 시간이었다.
지하에 숨어 암약하던 악은 더욱 거악으로 드러나고, 선은 더욱 단단한 싹이 되어 지상으로 올라오고 있다. 파블로 네루다의 이 시는 아직도 겨울을 보내지 못하고 앓고 있는 우리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진다. “어떻게 물이 사는가?” “돌들의 하늘은 어떤 것인가?” 시인의 이 질문은 자연과 모든 생명의 존재 가치에 대해, “닳지 않고 죽지 않는” 삶의 자세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어둠을 밝혔던 과거의 빛들이 지금 우리를 일으켜 더욱 큰 빛들을 만들고 있다. “묻혀 있던 봄”이 다시 돌아올 때까지 “차분한 발걸음으로” 우리는 걷고 또 걸을 것이다. 마침내 우리는 “무생무위로부터” 올라오는 “꽃가지”가 될 것이다. 새봄의 전령들이 문밖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이제 문만 열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