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어야 사는 ‘엑셀방송’, 1인 방송 ‘순기능’ 어디로? [‘엑셀방송’을 아시나요①]

2024-11-25

아프리카TV에서 SOOP으로 사명 변경 불구

지나친 선정성에 비난

‘엑셀방송’은 별풍선 순위를 엑셀 문서처럼 한쪽에 정리해 공개하는 방송으로, 별풍선은 플랫폼 SOOP (前 아프리카TV)이 만든 인터넷 방송에서 이루어지는 도네이션 시스템을 뜻한다.

즉, ‘별풍선’은 곧 ‘사이버 머니’로, 현재 SOOP에서 별풍선 1개는 100원으로 판매되고 있다. 그리고 엑셀방송 스트리머들은 별풍선을 받기 위해 장기자랑 또는 미션 등을 수행하며 시청자들의 참여를 끌어내기 위해 노력한다.

이 과정에서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내용도 무분별하게 쏟아진다. SOOP에 접속하면, 게임 방송 등 마니아들을 겨냥한 평범한 내용의 콘텐츠도 있지만, 여성 스트리머들이 모여 노출이 있는 옷을 입고 춤추는 영상들을 쉽게 접할 수 있다. 특히 지난해 SOOP 별풍선 순위 1위를 차지한 스트리머 커맨더지코의 방송에서는 흑팀과 백팀으로 나뉜 다수의 여성 스트리머들이 별풍선이 터지면 무대에 나와 짧은 의상을 입고 춤을 추며 전략적으로 별풍선을 유도하고 있는데, 이것이 유행처럼 번지며 ‘온라인 유흥업소를 방불케 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일부 여성 스트리머들은 자신의 가슴 사이즈를 제목에 적는 등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는 선정적인 방송들이 버젓이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다. 또 “소주 10병을 마시면 별풍선 쏜다”는 시청자의 요구를 수행하는 스트리머 등 도를 넘는 장면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지난 2006년 아프리카TV라는 이름으로 출범했던 온라인 플랫폼 SOOP은 당시에만 해도 인터넷 개인 방송의 시대를 연 선구자였다. 지금은 유튜브 등에서 크리에이터가 홀로 활약하는 모습이 자연스럽지만, 당시에만 해도 아프리카TV의 스트리머들이 선보이는 개인 방송은 다소 낯설었다. 그러나 게임, 스포츠 등 관심사를 파고들며 친근하게 소통하는 인터넷 방송만의 재미가 있었고, 이 과정에서 대도서관, 왕쥬, 도복순 등이 대중들에게 이름을 알리며 1인 방송 대세를 이끌었다.

당시에도 검증되지 않은 스타들이 ‘방송’이라는 이름으로 시청자들을 만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없지 않았지만, 게임을 하며 시청자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푸짐하게 차린 음식을 먹으며 소통하는 등 다양한 주제를 허심탄회하게 나누는 개인 방송의 긍정적인 면도 충분히 보여줬었다.

이 가운데 2008년 유튜브가 한국에 진출하고, “규제가 덜하다”는 이유로 대도서관 등 인기 스트리머들까지 유튜브로 활동 영역을 옮기거나 넓히기 시작하며 판도는 달라졌다. 특히 2009년 본인확인을 의무화하는 인터넷 실명제가 실행되며, 이를 거부한 유튜브의 점유율이 대폭 증가했다. 유튜브는 인터넷 실명제 직전인 2008년 시장 점유율이 2%에 불과했으나, 그다음 해인 2009년 15%로 증가했고, 매년 성장을 거듭한 끝에 2013년에는 70%가 넘는 점유율을 달성했었다. 지금까지도 70%가 넘는 시장점유율을 유지하며 국내 이용자들을 꽉 잡고 있다. 이후 지난해 한국에서 철수한 트위치를 비롯해 부지런히 경쟁사들을 뒤쫓고 있는 네이버 치지직까지. 다양한 플랫폼들이 생겨나고 또 사라지며 남은 점유율을 나눠 먹기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라방’(라이브 방송)을 주된 콘텐츠로 삼는 SOOP에서는 ‘후원금’이라는 먹거리를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게 되고, 자연스럽게 선을 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이 이어진다. 별풍선을 유도하기 위해 자극적인 내용을 선보이기도 하지만, 라이브로 소통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수위가 높아지기도 한다. SOOP을 이용하는 시청자들 또한 이 같은 전개를 기대하고 있어 문화가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란 어두운 전망이 이어졌다.

유튜브, 아프리카TV 등 여러 플랫폼에서 활동한 한 PD는 “SOOP이 리브랜딩을 진행하며 앞서 ‘아프리카TV’로 가지고 있던 이미지나 문화를 바꾸려고 시도했지만, 기존에 플랫폼을 이용하던 시청자가 변화하는 것이 아니지 않나. 사회적으로 형성된 이미지 또한 쉽게 변화하는 것이 아니다. 그렇기에 아직 대중들 사이에서는 아프리카TV라는 이름이 여전히 사용되고, 시청 행태 또한 여전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SOOP의 변화 모색과 달리 사회적 인식을 바꾸는 것이 쉽지 않음은 최근 사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과즙세연이 SOOP에서 높은 수위의 방송을 하며 쌓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타 플랫폼에 진출해 주목받아 엑셀방송의 양지화에 대한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과즙세연은 최근 인플루언서들을 모아 경쟁시키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더 인플루언서’에 출연했는데, 소위 ‘벗방’(벗는 방송)이라고 칭하는 수위 높은 노출로 수익을 얻는 스트리머를 섭외하는 것이 옳은지에 대한 갑론을박이 벌어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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