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최대 240일 걸리던 희귀질환 치료제의 건강보험 급여 적용 기간을 100일 이내로 줄이는 등 약가제도를 대대적으로 손질한다는 소식에 환자단체는 환영의 뜻을 밝혔다.
환자단체연합회는 28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직후 논평을 내고 "이번 '약가제도 개선방안'이 그동안 지속적으로 제기돼 온 환자의 신약 접근성 지연, 필수의약품 수급 불안정 문제와 퇴장방지의약품 제도의 한계를 개선하려는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환자의 치료 접근성을 높이고 약가제도의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려는 방향을 담고 있다는 점을 높이 샀다.
복지부가 발표한 이번 방안은 중증·희귀질환 치료제 등재 기간 단축, 비용효과성 평가체계 고도화, 혁신 신약 가치 반영, 신속등재–후평가·조정 체계 마련, 필수의약품·퇴장방지의약품 공급 안정성 확보, 제네릭·바이오의약품 약가 산정체계 정비 등을 골자로 한다.
다만 이번 방안이 환자의 생명을 보호하고 치료 접근성을 높이는 실질적 변화로 이어지려면 세부대책을 더욱 명확히 하고 지속적인 점검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연합회는 "그동안 식약처의 신약 허가 후 건강보험 등재까지 평균 18개월 이상 소요되면서 중증·희귀질환 치료의 치명적인 장벽이 되어 왔다"며 "중증·희귀질환 환자가 제때 최선의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신약의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필수의약품과 퇴장방지의약품의 안정적 공급은 환자의 생명을 지키는 위한 최우선 과제로 추진돼야 한다"며 "필수의약품과 퇴장방지의약품의 공급 부족 사태가 더 이상 환자의 피해로 이어지지 않도록 정부가 기준 현실화, 선제적 관리, 대체 의약품 마련 등 실제 작동 가능한 대응체계를 구축해달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약가결정 과정에 새로운 선택지가 추가되는 ‘약가 유연계약제’와 ‘적응증별 약가제도’의 경우 변화 규모가 큰 만큼, 절차적 투명성과 환자 보호 장치가 분명히 마련돼야 한다"며 "다국적 제약사들이 국내 의약품 관련 규제로 인해 혁신 신약 출시를 포기하는 이른바 '코리아 패싱’ 우려가 재발하지 않도록 신약 접근성 보호 기준도 함께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보건복지부가 대대적인 약가제도 개편안을 불시에 발표한 것을 두고는 부정적인 목소리도 나왔다. 무상의료운동본부, 좋은 공공병원운동본부, 건강세상네트워크 등이 참여하는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는 이날 약가제도 개선 방안, 국민 건강권과 건보재정은 제약산업 재편의 그림자인가'란 제목의 성명을 내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들은 복지부가 약가제도 개선안을 건정심에 보고 안건으로 상정한 것 자체가 매우 폐쇄적이고 일방적인 방식이며, 비밀스럽게 발표했다고 비판했다. 국민들의 약제비 부담과 한국 제약산업 전체를 재편할 영향력을 가진 정책을 비밀스럽게 발표한 것은 복지부가 의료 보장성 정책의 핵심이 약제비 정책을 여론의 지지를 받으며 정면으로 돌파할 의지가 전혀 없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무산의료운동본부는 개선안의 진짜 목표가 “국내 제약산업 재편이며 약제비 문제, 환자 접근성 개선을 단지 명분으로 삼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무런 개선도 달성하지 못하고 논란만 키운 ‘윤석열식 의대 증원 정책’의 전철을 밟을 우려가 크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현행 개선안은 신약의 고가화와 약제비 폭증을 막을 수 없을뿐더러 이중악가제 확대로 건강보험 민주적 운영 원칙을 저버릴 우려도 높다”며 “국민 건강과 건강보험 재정을 볼모로 한 제약산업 재편 정책은 폐기돼야 한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