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 속 주차장서 미끄러져 사고 나면…법원 "관리사무소 책임 10%"

2024-11-28

운전자, 2021년 1월 새벽 지하 주차장 진입하다 바퀴 미끄러져 차량과 접촉사고

보험사, 아파트 측에 "주차장 관리 제대로 안 해" 구상금 청구…법원 "주차장 책임"

"아파트 측, 주차장 진입하는 차들에 주의 환기하는 등 사고 방지할 의무 있어"

폭설과 한파 속 아파트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가던 차량이 눈 때문에 사고가 났다면 관리주체인 아파트 관리사무소 측이 운전자에게 손해배상을 해야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다만, 법원은 운전자에게도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책임이 있다며 배상액 전체의 10%만 아파트 측 책임으로 인정했다.

28일 KBS 보도에 따르면 앞서 2021년 1월 자정이 넘은 시각, A 씨는 자신의 차를 몰고 경기 남양주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이 주차장 진입로는 경사가 제법 있는 내리막길이었고, A 씨는 속도를 많이 줄이지 않고 주차장으로 들어갔다.

그 순간 A 씨의 차 바퀴가 주차장 진입로에 쌓인 눈에 미끄러졌다. 차량은 멈추지 못하고 경사로를 미끄러져 내려가 주차된 다른 차 2대를 들이받았다.

사고 전날 저녁부터 수도권에는 예상하지 못한 폭설과 한파가 왔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들은 저녁 11시 전까지 염화칼슘을 뿌리는 등 제설 작업을 했지만, 이후에도 눈이 계속 내리면서 주차장 입구와 바닥에 눈과 이물질이 쌓인 상태였다.

A 씨의 차 보험사인 삼성화재는 A 씨 차량 수리비로 1,080여만 원, 사고로 손상된 다른 차량들의 수리비로 440여만 원을 지급했다. 이후 삼성화재는 아파트 관리사무소와 주차장 책임 보험을 맺고 있는 메리츠화재에 자신이 지급한 수리비 1,500여만 원을 내놓으라며 소송을 냈다.

삼성화재는 재판에서 "아파트 관리사무소 측이 주차장 진입로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제설작업을 충분히 하지 않아 사고가 발생했다"며 "관리사무소의 보험사가 수리비를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 민법은 이른바 '공작물 책임'이라고 해서, 도로나 다리, 주차장 같은 구조물에 문제가 있어 사고가 난 경우 그 구조물을 관리하는 사람이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제4민사부는 메리츠화재가 삼성화재에 108여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원고 쪽이 이겼지만 소송 비용을 감안하면 사실상 90% 이상 피고 측 책임을 면제해 준 셈이다.

재판부는 주차장 관리에 문제가 있었고, 이에 따라 사고가 일부 발생했다는 점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눈으로 차량이 미끄러지는 경우 큰 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있고, 주차장 진출입로의 경사가 상당하므로 주차장 관리주체로서는 제설 작업 등으로 진출입로 부근 및 주차장 노면에 눈이 쌓이지 않도록 하고 특별히 노면이 결빙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면서 "주차장에 진입하는 차들에 필요한 주의를 환기하는 등의 방법으로 사고를 방지할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주차장 관리주체가 사회통념에 비춰 충분하다고 인정될 정도의 사고 방지의무를 이행했다고 보기 어렵고, 위와 같은 공작물 관리상의 잘못은 이 사건 사고 발생의 원인 중 하나가 됐다"고 판단했다.

다만 배상액 전체의 10%만 피고 측 책임으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사고 전날 저녁부터 수도권에 예상치 못한 폭설과 한파가 있었던바 이 사건 주차장 관리주체가 위 폭설에 완벽히 대응하는 것은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사고는 자정이 넘어 발생했는데 주차장 관리주체의 물적, 인적 한계 등을 고려할 때 저녁 제설 작업 이후 계속해서 쌓이는 눈으로 인한 결빙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은 어려웠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일반적으로 차량 운전자로서는 겨울철에 눈이 내리는 경우 노면에 결빙구간이 있을 수 있음을 쉽게 예상할 수 있고, 특히 A 씨 차량은 눈길에 취약한 후륜구동 방식이어서 특별히 주의하여 주행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A 씨에겐 감속하고 주위 사정을 확인하며 안전하게 운행함으로써 사고를 회피할 의무가 있는데, 주차장 진출입로 내리막길을 주행하면서도 속도를 줄이지 않고 그대로 주행하는 등 위와 같은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보험사들은 상고하지 않았고, 이 사건은 지난해 6월 2심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로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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