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경] 디지털 노마드 노린 ‘워케이션 비자’

2025-11-20

북유럽의 혁신 국가 에스토니아는 2020년 세계 최초로 ‘디지털 노마드 비자’를 도입했다. 외국인이 온라인 원격근무 방식으로 해외 업체를 위해 일하면서 1년간 에스토니아에 장기 체류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워킹홀리데이 비자와 달리 에스토니아 내 사업장 취업은 제한했다. 사증 발급 소득 기준은 에스토니아 1인당 국내총생산(GDP)의 약 2배인 월 3504유로(올해 기준) 이상으로 높은 편이다. 이 조건에 맞출 수 있는 직종은 높은 급여를 받으며 원격근무를 하는 컴퓨터 프로그래머나 전문직 프리랜서, 스타트업 창업자 등이다. 정보기술(IT) 분야 외국 인재를 유입해 디지털 혁신을 강화하려는 국가 전략이 비자 제도에 담긴 것이다.

우리나라 법무부도 지난해 1월 한국형 디지털 노마드 비자인 ‘워케이션(workation·일과 휴가의 합성어) 비자’를 시범 도입했다. 정식 명칭은 ‘F-1-D’ 사증이다. 이 비자는 원격근무로 일할 수 있는 해외 기업 소속 외국인 중 우리나라 1인당 국내총소득(GNI) 2배 수준의 소득 요건에 부합한 신청자에게 발급된다. 체류 기간은 기본 1년, 추가 연장 1년이다. 가족 동반 입국 또한 허용된다. 최장 90일의 관광 비자보다 좋은 조건이다. 이 영향인지 워케이션 비자 발급 입국자 수는 지난해 445명에서 올해 1~9월 819명으로 늘어 연내 1000명대 돌파도 가능해 보인다.

디지털 노마드 비자 도입을 통한 외국 인재 유치 경쟁은 치열하다. 서방권에서는 독일·이탈리아·캐나다·스페인·포르투갈, 중동·아시아에서는 아랍에미리트(UAE)와 태국 등이 비슷한 제도를 운영 중이다. 짧게는 3년, 길게는 10년까지 체류 연장을 허용하고 세금 감면 혜택을 주는 경우도 많다. 우리 역시 워케이션 비자에 세제 등의 혜택을 더 줘야 한다. 에스토니아처럼 전자영주권(e-regidency) 제도를 함께 도입해 외국 인재들이 한국에 놀러 왔다가 눌러앉거나 회사를 차리도록 유도할 필요도 있다. 인도·동유럽의 인공지능(AI) 인재 등을 ‘모셔 오기’ 위해 신흥국 국적자 소득 요건을 낮추는 방안 또한 검토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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