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9일(현지시간) 자정 무렵 아마존 배송 기사인 비글로는 미국 수도 워싱턴 시내에서 다른 남성 두 명과 차를 타고 가던 중 연방수사국(FBI)와 마약단속국(DEA),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들로부터 정차 지시를 받았다.
비글로가 앉아 있던 차 뒷좌석에서 술이 담긴 컵을 발견한 요원들은 그를 범죄인 음주 용기 소지 혐의로 체포했다. 체포 과정에서 비글로가 몸을 비틀며 저항하자, 요원들은 중범죄인 ‘연방 요원 폭행 및 저항’ 혐의를 추가했다. 이는 최대 8년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는 혐의다.
비글로의 변호인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단속이 없었다면 애초 체포되지도 않았을 일이고, 중범죄로 기소되는 것은 더더욱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항변했다.
뉴욕타임스는 24일(현지시간) ‘범죄와의 전쟁’을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워싱턴에 배치한 연방 요원과 주방위군이 성과를 높이기 위해 무리하게 사람들을 체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방 법원에 갈만한 경범죄들이 연방법원까지 가야 하는 중범죄로 부풀려지고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 위협 혐의로 기소된 에드워드 데이나의 사례도 마찬가지다. 정신질환 이력이 있는 데이나는 지난 17일 밤 식당 조명을 파손한 혐의로 체포됐다. 만취 상태였던 데이나는 체포 과정에서 경찰에게 “파시즘은 용납할 수 없다. 대통령이든 누구든 헌법을 파괴하는 사람은 죽이겠다”고 소리쳤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노래를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경찰의 보디캠에 녹화된 데이나의 발언은 비밀경호국(SS)에 통보됐고, 비밀경호국은 그를 대통령 위협 혐의로 기소했다. 데이나의 변호사는 “그는 위험한 인물이 아니다”라면서 “진정한 위협은 거리를 돌아다니는 연방 요원들”이라고 주장했다.
슈퍼마켓에서 권총 두 자루를 소지한 혐의로 체포된 토레즈 라일리 사건은 검찰 내부에서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경찰이 신체·소지품의 부당한 수색을 금지하는 미국 수정헌법 제4조를 위반하고 라일라의 가방을 불법 수색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사건 담당 검사는 라일리의 혐의를 기각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워싱턴 연방지방검찰청의 지린 피로 청장은 가능한 가장 중한 혐의로 기소하라고 명령한 것으로 전해졌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렇게 단속 성과를 부풀리는 것은 이를 앞세워 시카고 등 다른 도시로 주방위군 투입을 확대하려 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워싱턴포스트는 미 국방부가 지난 11일 워싱턴에 주방위군을 배치한 데 이어 오는 9월 중에는 시카고에도 수천 명의 주방위군을 배치할 계획을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에는 메릴랜드에도 주방위군을 파견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웨스 무어 메릴랜드 주지사가 “트럼프 대통령이 나와 함께 (메릴랜드의) 거리를 걸었다면 그도 내가 보는 것을 봤을 것”이라는 글을 엑스에 올리며 주방위군 투입에 반대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통제가 안 되고, 범죄가 들끓는 볼티모어를 말하는 것인가. 내 도움이 필요하다면 군대를 파견해서 워싱턴에서처럼 범죄를 빠르게 정리해주겠다”고 응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