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쁘면서도 슬픈 가자지구…파괴된 집·잃어버린 가족 어쩌나

2025-01-16

15개월 만에 날아든 휴전 소식에 가자지구에선 희망과 비탄이 엇갈렸다. 가자지구 주민들은 떠나온 집으로 돌아갈 수 있어 안도하는 한편 잃어버린 삶의 터전과 가족, 친구를 생각하며 슬픔을 내비쳤다.

15일(현지시간) 알자지라·AP통신은 휴전 소식을 접한 가자지구 분위기를 이같이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무엇보다 원래 살던 곳으로 돌아가겠다는 반응이 두드러졌다. 이날 미국·이집트·카타르가 발표한 3단계 휴전안에 따르면, 1단계부터 가자지구 남쪽과 북쪽을 오가는 통행로가 열리며 주민 이동이 허용된다.

움 모하메드(66)는 “휴전이 되는 대로 가자지구 북부 베이트 하눈에 있는 내 땅에 돌아가 입 맞추겠다”며 “이 전쟁을 통해 집, 고향, 자녀만이 내가 가진 전부란 걸 깨달았다”고 알자지라에 말했다. 그는 2023년 12월 이스라엘 폭탄이 집에 떨어져 자녀 10명 중 2명을 잃었다.

그렇지만 전쟁으로 모든 것이 파괴된 탓에 돌아간 곳에도 아무것도 없을 가능성이 크다. 이미 목숨을 잃은 이들 역시 돌아오지 않는다. 모하메드 아부 라이(47)는 “복잡한 감정이다. 불안감 없이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가길 기도한다”며 “세상을 떠난 동료와 친구들에 대한 기억이 가장 큰 슬픔을 안겨준다. 가자에서 살아남는 건 항상 운에 달려 있었다”고 했다. 가자지구 북부의 초등학교에서 일했던 루브나 레이예스는 이스라엘군이 자신의 집을 불 질렀다면서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가족사진도 없고 모두 사라졌다”고 말했다.

한편 가자지구를 떠나겠다는 이도 있었다. 합의안은 가자지구에 인도주의적 지원 반입을 허용하고 재건까지 실행한다는 구상을 담았으나, 이미 지친 가자지구 주민들에게 재건은 버거운 일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에 지속 가능한 해결책은 없으리라는 좌절도 반영됐다. 알자지라는 “생존자 대부분이 심각한 트라우마를 겪었으며 자신의 지역사회와 삶을 재건하는 것을 상상조차 하지 못한다”고 전했다.

마무드 사다(52)는 “신께 맹세코 가자지구로는 가지 않을 것이다. 피곤하고 지친다”며 이집트로 가는 국경이 열리면 자녀를 데리고 떠나겠다고 했다. 그는 “너무 많이 파괴됐고 우리는 다시 0에서 시작한다. 우리 공동체를 회복하는 일은 항상 우리의 삶을 소모했다”고 밝혔다.

라미 아부 셰라는 “우리에겐 남은 힘이 없다. 피를 보지 않고, 살인이 없고, 파괴가 없고 옮겨다니지 않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AP에 말했다.

2023년 10월 이스라엘과 하마스 사이 전쟁이 벌어진 이래 가자지구에선 4만6000명 이상이 숨졌다. 사망자 절반 이상은 여성과 아동이다. 가자지구 인구 230만여명 중 약 90%가 난민이 됐으며, 부모가 죽거나 부모와 떨어진 아동은 약 1만7000명이다. 가자지구 전역이 기근에 처했으며 의료·교육 등 기본적인 기능 역시 파괴됐다.

한편 이날 휴전 발표 이후에도 가자지구에는 이스라엘의 공습이 이어졌다. 가자지구 민방위국 대변인인 마흐무드 바살은 AFP통신 인터뷰에서 “공습이 여러 차례 가자지구를 강타했으며, 최소 20명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모하메드 빈 압둘라흐만 알 사니 카타르 총리 겸 외무장관은 휴전이 오는 19일 발효된다고 밝혔다. 발효를 위해선 이스라엘 내각이 휴전안을 공식적으로 추인해야 한다. 이스라엘은 16일 내각 표결을 거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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