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축산물,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 사진으로 지켰다···‘트럼프 역할극’으로 연습도

2025-07-31

한국 협상단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협상은 30일(현지시간) 오후 백악관에서 약 40분간 진행됐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회동을 예고한 트럼프 대통령의 트루스소셜 포스팅을 보고서야 “이제 현실화하는구나”고 생각했다고 주미대사관에서 열린 ‘한미 통상협의 결과 브리핑’에서 전했다. 한·미 무역합의 타결을 가장 먼저 알린 것도 트럼프 대통령의 소셜미디어 글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협상단에게 “보통 대통령이나 총리가 아니면 직접 협상하지 않지만 한국은 각료급과 협상한다는 것은 내가 한국을 굉장히 존중하고 중요하시한다는 걸 방증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재명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날짜를 먼저 잡자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 옆에는 협상단이 워싱턴, 뉴욕, 스코틀랜드를 오가며 ‘밀착’ 마크한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을 비롯해 2+2 협의 수석대표인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USTR), 국가안보보좌관을 겸하는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도 자리했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면담은 전격적으로 이뤄졌지만, 협상단은 마치 모의고사를 치르듯이 내부적으로 ‘역할놀이’까지 하며 대비해 왔다. 특히 “복잡하게 설명하지 말고, 이해하기 쉽고 단순하게 말하라”는 러트닉 장관 등의 조언을 참고했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을 실제 대면해보니 “협상의 달인이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우려와 달리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 유럽연합(EU)과의 협상에서처럼 합의문에 적힌 한국 측의 투자 제안 액수를 직접 수정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한국이 당초 제시한 대미 투자 규모는 최종 합의상 액수인 3500억달러보다 적었다고 김 장관은 확인했다. 김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그냥 오케이 사인해주지 않은 부분이 있다. 그게 왔다 갔다 하면서 금액이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과정이 있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 경과를 보고 받는 과정에서 투자 금액 상향을 요구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미국이 협상 과정에서 한국을 가장 압박했던 부분은 농축산물 시장 개방 요구였다.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농축산물 추가 개방 요구 굉장히 거셌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협상에서 한국의 과채류 검역 절차에 대해 직접 문의할 정도였다. 이를 방어하기 위해 여 본부장은 2008년 광우병 사태 당시 집회 사진을 직접 준비해 제시하면서 정치적 민감성을 설명하기도 했다.

미국과의 협상의 기류가 바뀐 변곡점은 ‘스코틀랜드 출장’이었다고 협상팀은 전했다. 취임 직후 방미한 김 장관이 여 본부장과 함께 워싱턴에서 러트닉 장관을 만나 마스가(MASGA)로 명명한 조선 협력 패키지 제안을 담은 가로세로 1m 크기 패널을 보여줬고, 러트닉 장관이 관심을 보인 것. 그런데 러트닉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스코틀랜드 방문 수행차 자리를 비우게 되자 협상 흐름이 끊기는 것을 피하기 위해 김 장관과 여 본부장도 스코틀랜드로 향했다. 김 장관은 “스코틀랜드에서의 두 차례 정도 협상에서 전기를 마련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구 부총리도 1500억달러(약 209조원) 규모 마스카 프로젝트가 “오늘 합의에 가장 크게 기여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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