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만나는 이의 가슴에 당신의 향기를

2025-05-07

이만의 전 환경부장관/한국온실가스저감재활용협회 회장/CICON 공동조직위원장

"한국은 친구인 미국을 도우러 베트남에 왔었으니 참 훌륭한 것이고, 베트남은 적(敵)이 되어 싸우러 온 미국을 이겼으니, 오늘의 대한민국은 베트남에 대하여 승전국(勝戰國)임을 축하하면 고맙게 여기겠습니다. 한국이 베트남을 상대로 사과할 필요는 전혀 없고 사과할 입장에 있지도 않습니다."

2023년 말쯤 서울에서 만난 당시의 호치민시 판 반 마이(Phan Van Mai) 시장께서 한국측의 환영만찬 때 한 말이다. 그분을 포함하여 대부분의 베트남 지도층 인사들은 늘상 과거를 벗어나 미래를 함께 보며 적극적으로 상호 협력하자고 강조하는 걸, 필자가 최근 수년간 여러 차례 베트남을 방문하거나 양국 공동행사를 치루면서 일관되게 접한다.

지난 달에도 하노이에서 양국이 협력하여 'CICON Vietnam 2025' 행사를 성공적으로 개최하였다. 한국의 KCS (Korea CEO Summit, 이사장 박봉규)와 베트남측 기관·단체가 공동 주최하고, 양국의 주요 행정기관이 후원한 'AI시대, 한국과 베트남의 경제협력' 세미나로서, 필자도 토론자로 참석하였다. 한국 참석자에 현직 세종특별자치시 시장(최민호)과 경기도 하남시 시장(이현재)이 포함되어 미래형 혁신도시 구현을 위한 방책을 실행 지향적으로 논의하기도 하였다. 대한민국은 이제 베트남에게 가장 가까운 경제파트너가 되었고, 베트남은 경제협력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사돈나라'가 되고 있다. 한국인과 결혼하여 한국 차세대의 어머니로 한반도에 살고 있는 여성이 원래 국적별로 살필 때 가장 다수인 것이다.

베트남 국민과 공직 종사자들은 한국 '한강의 기적'이 모델이 되어 '홍강의 기적'을 이루기를 소망한다. 수도 하노이의 중심을 흐르는 강이고 국민 평균 나이가 30대 초엽에 불과한 '젊은 나라'이면서, 한국 기술력의 샘물 역할을 해온 과학기술원(KIST) 분원을 유치한 지혜와 긍정마인드를 그런 소망의 에너지로 꼽는다. 이 나라의 도처에서 한국계 기업들이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음은 희망의 무지개를 띄우는 듯 여겨지기도 한다.

이 나라의 젊은이들은 세계적 흐름에 재빠르게 반응하면서 다양한 혁신작업을 적극 도모하고, 정부도 과감한 행정개혁과 효율증진에 선제적 노력을 추구하는 모습을 보인다. 최근 국제사회에 알려진대로 정부 부처를 통폐합하고 지방 행정구역을 대폭 통폐합하는 신속한 혁신을 추진하면서 공조직(公組織)의 낭비와 부패 척결을 선언하였다.

역사를 잊은 곳엔 미래가 없다고 배웠지만, 역사의 교훈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 채 미래를 창조하는데 걸림돌이 되거나 장해를 주는 사례가 적지 않다. 60년 전 여대생 절규를 딛고 세계적 희망스토리를 쌓아가는 베트남 국민에게 대한민국은 어떤 것을 줄 수 있는가, 생각이 그리 간단하지만은 않다. 진정어린 이웃이면서 확실하게 신뢰 받는 동반자로 '그들에게 소중한‘ 한국인이 되기 위한 생각과 노력이 절실히 필요한 것 같다. "한국은 좋은데 한국사람들은 글쎄..."라는 뒷말이 벌써 들리는 걸 그냥 귀막고 외면하고 싶진 않다. 사람됨이 사람을 감화시키고 사람이 사람을 또 보고 싶고 다시 오게 만드는 것이기에, 지속가능성의 핵심은 어쩌면 AI를 넘어 가장 짙은 인향(人香)에 있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북한을 뺀 모든 UN 회원국과 외교관계를 가진 동방의 빛 대한민국 국민으로 각자 그리고 모두 진·선·미의 향기 내는 사람으로 거듭나기 위해 함께 노력하자. 진정으로 큰 나라가 되는 길, 시대적 현안(懸案)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길은 각인의 부족함을 겸허하게 인정하고 스스로 거듭나는 데 있다. 빗나간 정치, 잘못 물든 인식과 자세, 거짓되고 허식에 찬 삶의 태도를 바꿔 나가자. 베트남 등 우리 이웃과 계속 잘 지내며 사랑받고 사랑하는 대한민국이 되는 길을 찾자. 인상 깊은 자연·환경은 기억(記憶, Memory)으로 남지만, 감응 짙은 사람은 가슴에 식지 않는 감동의 연향(緣香)으로 각인(刻印)된다. 귀하의 향기를 수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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