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타면 모두가 동영상 시청…지금, 필요한 독서 정책 [영상 시대, ‘책’ 권하기①]

2024-09-27

책과의 접점 넓히기 위한 노력 필요

“독서문화 확산 위해선 책과 일상적으로 쉽게 만나야”

“지하철에 타면 모두가 영상을 보며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고 있다. 지금이 진짜 위기인 것 같다. 책이 아예 사라지진 않겠지만, 확실히 멀어지고 있는 것 같다.”

한 서점 운영자가 동네서점의 어려움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그 이유로 ‘독서율 저하’를 꼽으며 이렇게 걱정했다.

2023년 국민독서실태조사 결과도 충격적이었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가 지난 4월 발표한 이 조사에서 “성인 10명 중 6명은 1년에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다”는 결과가 나왔다. 지난해 성인의 종합독서율은 43.0%에 그쳤는데, 이는 직전 조사 시점인 2021년 대비 4.5%포인트 줄어든 수치다. 이에 ‘독서율’을 높이기 위한 남다른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영상 콘텐츠와 싸우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책 대신 영상으로 정보를 수집하거나 배움을 얻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사흘’, ‘금일’, ‘심심한 사과’ 등 일상적 어휘조차 ‘4일’ ‘금요일’ 등으로 아는 사례들이 빈번하게 생겨나면서, ‘독서’가 줄 수 있는 ‘장점’을 무시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책과사회연구소 백원근 대표는 “누구나 세상의 변화 속도를 따라가고 창의적인 삶을 사는 데 있어서 책은 불가결한 기본권이라는 점에서 ‘독서권’은 개인의 취향이나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기본권으로 인식하고 독서복지 정책을 펼쳐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점점 심각해지는 독서율을 되돌리기 위한 새로운 노력이 필요하다는 출판업계의 공감대와 함께 ‘제4차 독서문화진흥 기본계획’의 내용에 관심이 모였다. 문체부는 독서문화진흥법에 따라 5년마다 독서문화진흥 기본계획을 수립·시행 중인데, 지난 4월 ‘제4차 독서문화진흥 기본계획’이 발표된 것이다. 문체부는 핵심 목표로 ‘비독자의 독자 전환과 책 친화 기반 조성’을 꼽으며 ▲독서 가치 공유 및 독자 확대 ▲독서습관 형성 지원 ▲독서환경 개선 ▲독서 문화 진흥 기반 고도화를 시도하겠다고 밝혔다.

세부적으로는 다양한 시공간에서 자연스럽게 독서의 즐거움을 발견하도록 교통정기권 구매와 연계한 독서캠페인, ‘15분 문화슬세권’ 기반 독서 캠페인,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 등 주요 계기 독서캠페인, 여행·스테이 연계 독서캠페인 등 다양한 캠페인 진행과 함께 ‘유·아동기’의 독서 친화도를 높이기 위한 책구연, 반려동물 책 읽어주기 등의 프로그램을 개발, 보급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이 가운데, 전문가들이 가장 필요한 내용으로 꼽는 것이 ‘환경 조성’이었다. 백 대표는 “가정, 학교, 지역사회에서 책을 가까이하고, 그게 멋지고 유익한 일이라는 것을 체감하도록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서 ‘책맹 사회’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 예시로 “대부분의 비독자가 사회적 소외계층 또는 독서문화진흥법에서 지칭하는 독서소외인(신체적, 지리적, 사회적, 경제적, 교육적 약자)이라는 점에서 독서복지 정책을 대대적으로 강화하고 책 읽는 능력과 여건이 되지만 독서습관이 없는 이들을 위한 ‘나의 삶을 위한 흥미로운 책 큐레이션’, 출퇴근 시간 등 자투리 시간 독서를 권장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직장인들의 독서환경 조성을 위해 ‘직장인 생일 책 선물’ 기업/기관 확산 정책, 저자 파견 지원 사업 등을 예시로 들며 생활 속에서 ‘가깝게’ 책을 접하는 방안을 언급하기도 했다.

물론 문체부가 언급한 다양한 캠페인 등이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이를 실천하기 위해선 문체부는 물론, 다양한 주체들이 함께 나서는 것이 필요하며 동시에 기존 지원의 유지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백 대표는 “문체부뿐만 아니라 중앙정부의 각 부처와 지방정부(지자체) 차원에서 독서 친화적인 사업을 수립하고 장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점과 출판사를 함께 운영하는 한 대표는 “영유아를 대상으로 한 북스타트, 독서동아리 활동 지원이 줄어 어려움을 호소하는 도서관들이 있다. 이미 잘 운영되던 예산이 줄어든 상황에서, 새롭게 무언가를 추진한다고 했을 때 실현 가능성이 실제로 얼마가 될지 의문스럽긴 하다”고 지적했다.

근본적으로는 ‘접점’의 중심이 돼야 할 공공도서관 또는 동네서점의 역할을 잘 살리는 것이 기본이라는 지적도 이어졌다.

이용훈 도서관문화 평론가는 “독서문화 확산을 위해서는 읽고 싶은 책, 읽어야 하는 책과 일상적으로 쉽게 만나고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고 그 이유를 설명하면서 “도서관은 공공의 관점에서, 서점은 상업적 관점이라는 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책과 독자를 연결해 준다. 이런 도서관과 서점이 시민들의 눈에 자주 띌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공공도서관은 1271곳으로, 전년 대비 35곳(2.8%) 증가했다. 인구 10만 명당 도서관 숫자가 8곳을 넘는 독일 등 최고 수준과 비교하면 부족하지만, 1관당 인구수가 3만 8000여 명인 일본과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는 4만 382명으로 그 숫자가 적지는 않다. 다만 ‘접점’ 확대를 위해선 지역 쏠림 문제 등 꾸준히 문제로 지적되는 ‘한계’를 개선할 필요는 있다.

이 평론가는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이제 도서관을 건립하고 운영할 때 예전처럼 ‘단지 인구 당 몇 개의 도서관이 있어야 하느냐’의 관점이 아니라 접근성, 즉, 시민들이 일상생활에서 얼마나 쉽게 도서관에 접근할 수 있느냐의 관점을 적용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의 ‘생활인프라 국가적 최저기준’에 따르면 도보로 접근하는 마을단위 공공/사립/작은도서관은 10~15분 내 접근이 가능해야 한다는 최저기준을 제시하고 있고, 차량으로 접근하는 지역거점 단위에서는 10분 이내 접근이 가능해야 한다고 기준을 세웠다”면서 “그런 관점에서 지금의 도서관 배치 현황을 다시 점검해 봐야 합니다. 일부 도시에서는 두 도서관 간 거리가 아주 가까운 곳도 꽤 있는 반면, 농산어촌 경우에는 인구감소나 지역소멸 등의 이유로 도서관에 접근하기가 아주 어려운 상황”이라고 짚었다.

공공도서관이 수행하는 역할에 대해선 “최근 주목 받는 느티나무도서관의 사례처럼 골목의 상점마다 그곳에 맞는 큐레이션을 통해 일상의 공간에서 책을 만나고 읽을 수 있도록 ‘찾아가는 독서정책’이 필요하다”고 구체적인 방안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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