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북도라는 공동체의 문제 해결력

2025-02-03

2019년 현대중공업(HD현대중공업)에 대한 국회 청문회가 열렸다. 최길선 회장이 군산에 와서 ‘해외 수주량이 120척을 넘으면 군산공장을 재가동한다’고 약속 했는데 지키지 않아 따지기 위해서다.

현중측은 부회장이 나와서 200척 주문이 이뤄져야 군산공장을 가동할 수 있다고 앞의 말을 바꿔 버렸다. 회장 대신 부회장을 보내 회장이 한 약속을 간단히 뭉개 버린셈이다. 청문회 광경이 갑자기 이상해졌다. 약속을 어긴 쪽이 거침없이 당당하고, 심문에 나선 김관영 의원(현재 전북도지사)은 당황하여 군산시의 장려금 지원액수를 언급하면서 우물쭈물 물러났다. 동료의원들이 아무도 거들어 주지 않아 적진에 홀로 선풀기없는 전사의 모양새다.

그 얼마 후 지역방송 채널을 돌리다가 한 대담장면에 눈이 멎었다. 현중의 전적이사라고 나중에 들었는데 ‘현중의 최고 책임자는 오너인 정몽준 회장이니 다른 사람하고 얘기해 봐야 소용없다. 꼭 할 말 있으면 정회장한테 얘기하라’는 언급이 귀에 잡혔다.

국회 청문회 때 모습이 연상 되었다. 당시 최길선 회장의 말을 부회장이 뒤집어 버린사태에 대해 오너를 핑계삼아 변명하는 내용으로 치부된다.

대그룹, 그것도 세계제1의 조선그룹이 경기가 좋지 않아 수주가 줄어들자 호남 쪽의 영광과 군산 조선소의 일감만 없앴다가 주문량이 다시 채워져도 더 많은 주문량 핑계를 댄 후, 다른 대기업 조선소를 인수한 다음에야 이곳의 공장 재가동에 착수하는 몰염치, 지역 여론 무시가 선명하다.

2020년 국회의원 선거 때다. 청문회에서 현중 부회장에게 크게 낭패를 당한 김관영의원이 무소속으로 출마하고 여당인 민주당, 제일야당, 이렇게 3인이 치열하게 붙은 군산이다. TV토론의 가장 큰 쟁점은 현중재가동이었다. 여당 후보가 먼저 현역인 김관영 의원에게 포문을 열고 “내가 당선되면 당장 현중 문제 해결하겠다.”고 하자, 김의원 曰“그 이사인가 하는 사람 말하는 것 같은데....”, 뜻밖에도 지역 TV방송에 나타났던 그 사람을 지칭하는 것 아닌가! 그가 아니라면, 도내에 비슷한 행각을 하는 장삼이사들이 있다는 뜻이 되고, 이런 모습들은 전북에서 벌어지는 문제 해결의 열악한 차원으로 왜곡시킬 수 있다.

여당출마자가 현중 쪽에 탄탄한 연줄로 잡고 있는 듯한 ‘발가락이 닮은’ 한 전직이사의 존재와 궤적을 언급하려는 취지가 아니다. 거기에 매달린 듯한 국회의원급의 정서적 바탕이 긍정적이기 어려운데서다. 이로서 전북의 해결력이 부정적으로 접수될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다.

현중은 비슷한 시기 거대하게 축적한 자금으로 한국 중공업을 인수하였다. 그때에 울산지역이 들고 일어났는데, 한국중공업을 인수하면 현대중공업 그룹 본사가 서울로이전되니 반대한다는 이유였다. 현중그룹측이 즉각 공식적으로 이를 부인하는 성명을 냈다.

연말연시가 되면 전북에서는 새만금예산과 진척내용이 관심의 초점이 된다.

현대중공업은 사기업이고, 새만금사업은 새만금 개발청(청장 차관급)까지 만든 1억평넘는 거대 국책사업이다. 현중은 당초 5000~6000명 고용인원에서 현재 900명 수준인 반면, 새만금은 다수의 산업단지 구성이 가능하고 국책사업으로서 그 안에 도시가 성립해야 할 종합개발사업이다. 하지만 두 사업에 중요한 공통점이 있다.

전북의 힘이 미치지 않거나 작은 영향력만 갖고 있다는 점이다. 바로 이 점이 전북이라는 공동체가 가져야 할 문제해결력의 핵심이다. 2024년 1월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의 뜻에는 그 근저에 자치단체의 과제 해결력이 자리잡고 있다.

모든 사안이 다 그렇듯이 이 또한 인재의 육성과 활용이 그 성패를 좌우한다. 인재 육성책과 함께 이미 기르고, 보유한 인재를 사장시키지 않을 정책이 병행되어야 할 까닭이다.

도내의 가장 유능한 실전적, 이론적 인재군으로 전현직 도지사 그룹을 꼽고 싶다. 강현욱, 유종근, 김완주, 송하진 등 전직 도지사들이 모두 생존해 있는 것은 전북의 큰 자산이다.

우연히도 전직지사 모두 새만금 시작부터 지금까지 울고 웃으며 때로는 삭발까지 하면서 새만금을 안아왔다. 또한 과정의 시행착오를 모두 겪었고, 미비점 보완과 유효한 규모의 확장뿐 아니라 종합적인 전망과 방향의 수정까지도 가능한 국가적인재들이기도 하다. 이들의 협력부터 모으는 연구소급 조직체를 가동시킬 것을 새해를 맞으며 제안한다.

노상운 <前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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