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1일부터 ‘전국민 마음투자 지원사업’이 시작됐다. 우울, 불안, 스트레스 같은 정서적 문제를 안고 있는 사람에게 전문 심리상담 서비스를 제공해서 마음 건강을 돌보는 데 초점을 맞춘 사업이다. 이 사업이 단순 상담을 넘어 자연 속 치유가 결합된다면 더 큰 효과를 얻을 것으로 기대된다. ‘치유농업’은 식물·동물·경관 등 농촌자원을 활용해서 정원 가꾸기, 동물 돌보기, 자연 체험과 같은 활동을 통해 심리·정서적 안정감, 신체기능 증진, 사회적 유능성 향상, 스트레스 감소를 목적으로 한다.
1800년대 독일에서 의술을 펼쳤던 슈레버 박사(Schreber, 1808~1861)는 자신을 찾아오는 환자 모두에게 특이한 처방을 내렸다. “햇볕을 쬐고 맑은 공기를 마시며 흙에서 푸른 채소를 가꾸라”는 것. 이후 유럽에서는 1990년대부터 치유농업을 보건복지 정책과 연계해서 노인과 위기청소년의 돌봄, 심신 건강 증진 등 보건·의료영역에 활용하고 있고 관련 연구를 꾸준히 진행해 오고 있다.
필자 역시 전국민 마음투자 지원사업과 치유농업 결합이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전문 상담을 통해 정서적 회복을 돕는 과정과 자연 속에서 몸과 마음의 안정을 찾게 하는 방식이 유기적으로 결합된다면 정신건강 증진 효과는 물론이고 소멸하고 있는 농촌 유동인구 확대, 농업경제 활성화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 치유농업 프로그램에 참여한 참가자의 우울, 불안감, 스트레스 지수 감소는 물론 수면, 감정조절, 소화기능을 개선시켰다는 다수 연구 결과가 존재하기도 한다.
이를 근거로 전국민 마음투자 지원사업 서비스 전체 8회기 가운데 일부 회기를 치유농업 프로그램으로 진행하면 어떨까? 유럽처럼 전문의가 치유농업 프로그램 참여를 처방하고 건강보험 수가를 적용하는 프로세스는 당장 어렵더라도 국가전문자격인 치유농업사를 제공 인력 기준에 추가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를 통해 심리상담과 치유농업을 결합한 복합 치유 서비스를 전국 각지에서 제공할 수 있다면 도시에 사는 이들도 가까운 농촌에서 자연 치유의 기회를 손쉽게 누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관련해서 ‘치유농업 연구개발 및 육성에 관한 법률’ 개정을 통해 ‘치유농업을 활용한 사회복지사업 추진 사항’을 치유농업 종합계획에 반영하도록 조치하기도 했다. 치유농업과 사회서비스를 연계하는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현재 보건복지부, 교육부, 여성가족부 등은 치매환자, 발달장애인, 학교 밖 청소년을 대상으로 사회서비스 연계 치유농업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 기조를 기반으로 전국민 마음투자 지원사업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새로운 접근 방식의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심리상담과 치유농업 융합 연계가 전 국민 마음 밭을 돌보는 성공 투자의 첫 삽이 되길 기대한다.
김민경 울산광역시복지가족진흥사회서비스원 사회복지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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