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관우 제주대학교 실버케어복지학과 교수/논설위원

2025년 새해를 맞이하고 설을 며칠 앞둔 어느 날 ‘지금 일본에선’이라는 인터넷 칼럼을 통해 고령화사회에 대해 다시한번 되새겨 보았다. 주요 내용은 이렇다. ‘일본에선 빈곤과 고독에 시달리는 노인들이 일부러 범죄를 저질러 교도소에 스스로 들어가고 있다. 10년새 약 4배가 늘었다. 이유인즉슨 고독과 경제적 빈곤, 악화한 건강 등의 문제를 해소하는 방법으로 스스로 감옥을 선택하는 노인들이 늘고 있다. 특히 교도소 안에서 규칙적인 식사, 무료 의료·돌봄 서비스를 받으면서 사회에서 부족했던 동료애도 느낄 수 있어 심리적 안정도 찾는다’는 것이었다. 고령화사회로 진입하는 제주의 대응은 어떠할까?
한국도 주민등록인구 중 65세 이상 노인 인구비율이 20%(2024년 12월 기준)를 넘어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제주의 경우도 약 20%(제주시 17%, 서귀포시 23%)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고 있다. 특히 기대수명의 경우 2024년 84세를 넘어 노후 삶이 길어지고 있다. 이는 OECD 회원국 중 일본 등에 이어 3위 수준이다.
노인실태조사를 보면, 노인들은 신체적·사회적·정서적으로 복잡하고 다양한 문제를 경험하고 있다. 더욱이 고령화가 심화되면서 홀로 사는 노인 1인가구와 고령 장애인이 증가하고 있다. 이로 인한 소외감, 상실감, 무력감 등이 증가될 가능성이 커지며, 정서적 불안, 소외, 죽음 등의 내적 심리상태에서 오는 불안감 역시 증폭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과거에 비해 긴 노년기를 보내야 하는 노인들이 건강하고 활기찬 노후를 보내기 위해서는 노년기에 직면하는 다양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에 공적 돌봄체계의 필요성과 함께 노인문제 해결을 위한 기초단계이면서 선제적 대응 방안으로 노인 상담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노인 상담은 그 자체만으로도 문제를 해결하기도 하고, 문제 예방과 일상적인 노후 생활을 한층 활력 있고 건강하게 하는데 기여한다. 이러한 점에서 노인 상담은 적극적 치료뿐만 아니라 안정적 노후 생활을 위한 매개체로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또한 노인을 부양하는 가족원과 지역사회 구성원들도 포함되기 때문에 노인에 대한 이해를 돕고 서로 더불어 잘 지낼 수 있도록 정서 지지와 정보를 제공하고, 인식 개선 역할도 한다.
지역사회의 마을 자체가 고령화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공적 돌봄체계의 확대와 함께 지역사회 내 전문적 노인 상담의 필요성이 강화되고 있다. 이에 노인복지법(제7조)에서도 노인 상담을 위해 특별자치도와 시군구에서 노인복지상담원을 두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노인복지상담을 전문으로 담당할 기관의 설치와 기능에 대한 법적 규정은 미비한 실정이다. 그럼에도 현재 경기도를 시작으로 서울, 대구, 울산 등 일부 지역에서 자체적으로 노인상담전문기구(센터)를 설치·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제주에는 노인 상담을 담당하는 전담기관은 없는 실정이다. 국가법령정보센터에서 ‘노인’을 주제어로 제주지역 조례를 검색하면 20여 개가 나오지만 노인 상담에 대한 구체적 내용이 명시된 조례는 찾기 힘든 실정이다. 지금이라도 다가올 고령화사회의 제주지역 선제적 대응 방안으로 적극적인 검토와 논의가 있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