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A 선수들은 낮에 어떻게 살고, 밤엔 무얼 할까요. 선수들, 캐디, 코치와의 관계는 어떨까요. 사우디 오일 머니로 만든 LIV 골프 출범 이후 PGA 투어는 어떻게 변했을까요.
성호준 골프전문기자가 골프의 메이저리그 PGA 투어를 취재합니다. 4억 달러짜리 ‘골프 전쟁’의 종군 기자가 되어 TV 중계화면에선 보여주지 않는 ‘PGA 투어의 낮과 밤’, 한 시즌의 다큐멘터리를 전합니다.
로스앤젤레스행 비행기에서 내려다보니 LA 인근의 부자동네 퍼시픽 펠리세이드는 잿더미였다. PGA 투어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이 열리던 리비에라 컨트리클럽은 불타지는 않았지만 바로 옆까지 새까맸다. 이런 황량한 곳에서 대회를 열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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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거 우즈가 자란 곳(LA 인근 사이프러스)에서 리비에라 골프장은 한 시간 정도 거리다. 그가 아홉 살 때인 1985년 처음 직관한 PGA 투어 대회가 리비에라 골프장에서 열린 LA 오픈이다. 어린 골프 황제는 자신의 영웅 톰 왓슨이 친 공에 맞을 뻔한 일을 자랑스럽게 기억하고 있다. 선셋 블루바드에 우뚝 선 웅장한 스페인식 클럽하우스와 아름답고 전략적인 코스에 우즈는 마음을 빼앗겼다.
우즈가 처음 출전한 PGA 투어도 당연히 리비에라 골프장에서 열린 LA 오픈이다. 고등학생이던 1992년 초청 선수로 출전해 72-75타를 쳤다. 엄청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고, 대선배들에게 칭찬을 들었다. 그는 “이 대회가 메이저대회는 아니지만 나는 그렇게 여기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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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에라는 우즈의 홈코스 비슷한 곳이자 부모님과의 추억이 쌓인 곳이다. 골프장은 천재 설계가 조지 C 토머스의 디자인으로 1926년 개장해 올해로 99년 된 명문 코스다. 메이저대회가 세 번 열렸고 2028년 올림픽도 개최한다. LA 오픈은 1929년을 시작으로 79번 열렸다. 우즈는 2017년부터 LA 오픈을 주최하고 있다. 현대차가 2017년부터 스폰서를 해 대회 이름은 더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이다.
우즈가 네 번 이상 참가해 우승하지 못한 대회는 딱 하나다. 그게 하필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LA 오픈 포함)이다. 15번 나갔으니 통계적으로 리비에라에서 4번은 우승했어야 했는데 하지 못했다. 우승 기회가 있긴 했다. 1999년 마지막 홀 보기를 해 어니 엘스에게 패했다. 이후 성적은 더 나빴고 2006년 경기 중 몸살로 기권한 이후 12년 동안 리비에라에 가지 않았다.
우즈는 “리비에라는 오른쪽 도그레그가 많아 페이드를 치는 내가 유리하다. 그린도 작아 아이언을 잘 치는 나한테 맞다. 그러나 여기서 퍼트를 잘한 적이 없다”고 했다. 납득이 가지 않는 설명이다. 미국 서부 해안 골프장들은 대부분 울퉁불퉁한 포아애뉴아 그린인데 우즈 성적이 나쁘지 않았다.
나는 그가 고향 대회에 나가지 않은 결정적인 이유는 아버지라고 생각한다. 2006년 5월 우즈의 아버지 얼 우즈는 세상을 떠났다.
부자 관계가 대개 다 그렇지만 스포츠 스타들은 좀 더 복잡하다. 골프 황제는 아버지를 숭배했지만 어머니를 학대한 점은 증오했다. 제프 베네딕트가 쓴 평전 『타이거 우즈』에 의하면 우즈는 아버지의 묘에 비석도 세우지 않았다. 외도가 잦았던 남편을 어머니가 용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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