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ing& Food] "야채는 직접 보고 사야지"…동네 슈퍼마켓 다시 떴다

2024-09-25

동네 슈퍼마켓의 부활 사양산업이란 말은 옛말…신선식품 찾는 손님들 늘어 활기 찾아

장보기에도 트렌드가 있다면 올해 1위는 단연 ‘온라인몰+동네 슈퍼마켓’이다. 한때 사양산업이라는 말까지 듣던 동네 슈퍼마켓은 어떻게 부활했을까. 그 이유를 ① 동네 슈퍼마켓의 부활 ② 동네 슈퍼마켓의 미래라는 주제로 2회에 걸쳐 소개한다.

‘동네 슈퍼마켓이 뜬다’ 산업통상자원부의 2024년 5월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 자료를 보면 편의점과 SSM(기업형 슈퍼)의 매출은 전년 같은 달에 비해 각 4.1%, 4.8% 상승했지만, 대형마트와 백화점은 전년 같은 달에 비해 각 3.1%, 0.1% 감소했다. 불과 15년, 아니 10년 전만 해도 양상은 달랐다. 대형마트가 사람들로 붐볐던 때다. 쿠팡이나 마켓컬리 같은 이커머스가 등장하며 판도는 점차 달라졌다. 글로벌 정보 분석 기업 닐슨아이큐코리아의 이두영 상무는 “한때 대형마트의 채널 중요도는 50%였지만 지금은 10% 정도다. 현재 50%를 차지하는 건 이커머스”라고 말했다. 공통점은 대용량 제품을 사는 채널이란 점이다.

흥미로운 건, 온라인몰의 부흥이 동네 슈퍼마켓을 부활시키는 도화선이 됐다는 것이다. 동네 슈퍼마켓은 어떻게 부활까지 하게 됐을까? 온라인몰에서는 직접 확인하지 않아도 품질이 어느 정도 보장되는 것, 또는 이미 품질을 알고 있는 것들을 주로 구매한다. 그런데 신선식품은 조금 다르다. GS리테일의 김하얀 매니저는 “신선식품은 온라인 구매를 꺼리는 고객이 아직 많다”고 설명한다. 눈으로 품질을 확인하고 사야 한다는 소비자의 심리다. 그렇다고 오늘 먹을 채소 때문에 대형마트를 찾긴 쉽지 않다. 집 근처 슈퍼에서 필요한 양만 사면 되기 때문이다. 김 매니저는 “신선제품의 구매가 최근 동네 슈퍼마켓이 비상한 원동력이자 다시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기업형 슈퍼마켓, 배송서비스와 교환도 빨라 인기

대형마트처럼 쇼핑은 편리한데, 집 앞에 있는 슈퍼가 기업형 슈퍼마켓(Super SuperMarket)이다. 현재 업계 1위는 GS더프레시다. 올 8월을 기준으로 점포 수 508점에 도달했다. 김매니저는 “2018~2019년부터 ‘점포 체질 개선’을 진행해왔다”고 밝혔다. 사람들의 바뀐 소비 경향에 맞춘 체질 개선이다. 전략은 세 가지. 점포 수를 확대하는 출점, 그리고 운영과 상품 전략이다. 신선식품과 소용량 포장으로 상품을 강화하고, 체인 오퍼레이션으로 운영을 고도화했다. 기존 방식대로라면 신선식품은 매장에서 가공·포장한다. 매장 안의 별도 공간에서 생선 비늘을 벗기고 토막 내서 포장한 후 상품을 진열하는 식이다. 반면 ‘체인 오퍼레이션’은 전처리 과정을 공장에서 모두 마친 후 매장에 공급하는 운영 시스템이다. 장점은 점포 운영이 수월하다. 전처리 과정이 없으니 일을 덜 수 있고, 별도의 공간도 필요 없다. 이 공간을 영업 매장으로 바꿔 활용할 수도 있으며 출점 단계에서 매장 규모를 크게 키우지 않는 선택지도 있다. 과거에는 200~300평은 되어야 했다면, 지금은 100평 이상의 규모로도 슈퍼마켓을 열 수 있게 됐다.

체인 오퍼레이션은 가맹사업에도 상승효과를 줬다. 규모의 제약을 덜 받아 다양한 입지 출점이 가능해져서다. 구도심 상권은 개인 슈퍼마켓을 GS더프레시로 전환해 안정적인 매출을 확보하는 일에 집중하고, 신도시의 신규 점포는 예전보다 적은 평수에 슈퍼를 여는 게 가능하단 점을 노렸다. 신도시 점포는 지역에 거주하는 30대 신혼부부가 주요 타깃이다. 온라인쇼핑과 모바일 소비에 익숙한 타깃층에 맞게 퀵커머스를 특화한 것도 유효했다. ‘우리동네GS 앱’을 활용해 물건을 주문하면 1시간 안에 도착하는 배송서비스다. 김 매니저는 “우연히 들린 슈퍼에서 상품을 보고 괜찮다고 느낀 소비자라면 앱으로 주문할 확률도 늘어난다. 만약 받은 상품에 문제가 있다면? 집과 가까운 곳에 슈퍼가 있으니 교환도 빠르다”고 설명한다. 현재 ‘우리동네GS 앱’ 사용자는 360만 명(MAU 기준)이며 GS더프레시의 2024년 2분기의 매출액은 2조 원을 바라보는 상태다.

개인 슈퍼마켓은 사정이 좀 다르다. 닐슨아이큐코리아의 이 상무는 “기간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전년동월대비 전체적으로 마이너스다. 개인 대형 슈퍼마켓은 -4.3%, 중형 -14.5%, 소형 -12.3%(닐슨아이큐 한국 유통 시장 분석 보고서)”다. 이유가 뭘까. 전문가들은 운영의 문제를 꼽았다. 제조사에서 직접 상품을 가져오는 기업형 슈퍼는 상품이 다양하며 진열이 잘 돼 있다. 반면 개인 슈퍼마켓은 대리점에서 납품받는다. 점주가 상품을 발주하는 형태가 아니라 대리점에서 알아서 물건을 채워준다. 상품 구색이 고객 성향에 맞지 않을 수 있단 뜻이다. 더욱이 밀키트 같은 차별화 상품을 들여오거나 독자적으로 개발하는 PB상품을 진행하기도 어렵다. 또 결제와 영수증 발행, 재고 관리 등을 해주는 포스기(POS: point-of-sale) 조차 없는 작은 점포도 많다.

이런 현실을 개선하고자 나선 스타트업이 있다. ‘로컬 푸드-로컬 소비’를 기반으로 산지 직거래 시스템을 구축한 ‘미스터 아빠’다. 미스터 아빠 서준렬 대표는 “전국 지자체에 속한 농업 관련 부서를 찾아다니며 수많은 농가를 소개받았다. 직접 찾아간 농가는 대부분 영세한 중·소농으로 농부 경력 평균 30년의 농부들이라 생산은 뛰어나지만, 막상 파는 일은 어려워했다. 고령화로 포장이나 물류, 온라인 채널의 경험도 취약했다. 고령화로 어려움을 겪는 건 개인슈퍼 점주도 마찬가지였다. 젊을 때는 도매시장에서 물건을 직접 떼 왔지만, 고령화로 신선식품을 줄이게 된 곳이 많았다. 솔루션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신선식품·재고관리 갖춘 슈퍼마켓 스타트업도 등장

미스터 아빠의 주요 타깃은 개인형 슈퍼마켓이다. 원산지에서 조달한 신선제품을 소분 센터에서 전처리 작업한 후 신선도가 유지되는 상태(콜드 체인 시스템)로 슈퍼마켓에 배송·공급한다. 또 생산·물류·재무·회계·재고 등의 경영 업무를 통합적으로 관리해주는 자체 ERP 프로그램도 개발했다. 카카오톡만 할 수 있으면 누구든 쉽게 쓸 수 있는 주문 발주 시스템이다. 서 대표는 “개인 슈퍼마켓이 갖는 차별점은 ‘신선식품’에 있다”며 “미국의 경우 상품 공급 사업(Voluntary chain)으로 지역의 작은 마트와 식당들이 기업과 함께 시너지를 내는 사례를 봐왔다. 소농의 농산물을 슈퍼에 공급할 수 있다면 개인 슈퍼도 상품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경남 창원을 기반으로 활약하던 미스터 아빠는 지난 7월 수도권에 진출했다. 가락시장과 가까운 경기 하남 감일동 인근에 MFC(Micro FullfillmentCenter)를 구축했다. 특정 지역에 초점을 맞춘 도심형 소규모 물류센터를 말한다. 서울 인근의 경기도와 강원도를 기반으로 한다. 서 대표는 “개인 슈퍼마켓의 운영이 표준화되고 쾌적한 환경으로 거듭난다면 기업형이 아니어도 소비자에게 선택받을 수 있다”고 자신했다.

개인 슈퍼의 최대 이점은 위치다. 특히 오래전에 문을 연 슈퍼는 버스정류장 앞이나 사거리 상점가 등 좋은 위치에 있는 경우가 많다. 통계청에 따르면 슈퍼마켓의 전체 시장 규모는 65조 원, 전국에는 6만여 개의 슈퍼가 존재한다. 서 대표는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고 1~2인 가구가 늘수록, 동네 골목에 있는 슈퍼마켓이 더 필요해질 것”이라며 “향후 2~3년 내로 슈퍼마켓의 순기능이 발현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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