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성에 머무는 관광 한계…‘프로도 효과’ 노리기엔 역부족? [K-콘텐츠 투어리즘②]

2024-07-03

'반지의 제왕' 뉴질랜드 관광 파급효과 38억달러에 달해

정부 지원·스토리텔링 중요...韓 콘텐츠·관광 융합 정책 발표

"부작용 부르는 유명 콘텐츠 엮기...기획 단계부터 긴밀한 협업 필요"

지난 2001년 개봉한 영화 ‘반지의 제왕’은 제7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비롯해 11개 부문을 휩쓰는 등 전 세계에 판타지 열풍을 몰고 왔다. 영화가 세계적으로 흥행하면서 작품의 배경이 된 뉴질랜드는 막대한 경제적 파급을 낳는 효과를 얻었다.

이 같은 콘텐츠 투어리즘(Contents Tourism)을 통한 막대한 경제 효과를 일컫는 ‘프로도 효과’(Frodo effects)라는 용어는, ‘반지의 제왕’ 주인공인 프로도(Frodo)에서 유래했다. 뉴질랜드는 ‘반지의 제왕’ 개봉 이후 관광객 수가 연평균 5.6%씩 증가했다. ‘반지의 제왕’으로 얻은 직접적인 고용효과만 총 3억6000만달러(약 4000억원), 관광산업의 파급효과는 38억달러(약 4조2000억원)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당시 뉴질랜드 인구가 480만 명에 불과한 점을 고려하면 그 효과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였다.

이처럼 성공한 문화 콘텐츠는 다양한 경제적 효과를 동반한다. ‘반지의 제왕’ 이후로도 이에 비견되는 성공 사례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지난해 초 국내에서 누적관객수 487만명을 모으며 흥행 대박을 터뜨린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대표적이다. 극의 배경이 된 일본 가나가와현 가마쿠라 기차 건널목과 쇼난 해안은 여행객들로 북적였다.

이미 이곳은 ‘더 퍼스트 슬램덩크’ 이전에 원작인 ‘슬램덩크’의 성공으로 유명 여행지가 된 곳이기도 하다. 가마쿠라는 인구 17만명의 소도시임에도 ‘슬램덩크 특수’로 매년 200만명 이상의 여행객이 방문하는 유명 관광지다. 영화의 팬들은 물론이고 기차여행 마니아, 일반 여행객 사이에서 도쿄역에서 열차를 타는 것으로 시작해 가마쿠라까지의 여행 코스는 성지순례처럼 필수 코스로 알려지기도 했다. 성공한 IP 하나로 관광객을 유인하고 있는 셈이다.

‘콘텐츠 투어리즘’이라는 용어가 국내에서 대중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도, 일본 애니메이션의 성공이 뒷받침됐다. 지난 2017년 개봉한 ‘너의 이름은’은 약 390만명의 관객을 끌어모으면서 작품의 배경이 된 기후현 히다 지역의 호수와 히다후루카와역, 역사 위 육교, 히다시 도서관, 게타와카미야 신사 등이 SNS 성지로 떠올랐다. ‘성지순례 택시’를 비롯해 가상현실 어플 등 관련 상품이 잇따라 생기며 관광객을 이끌었고 인구 2만5000명의 작은 시골 마을에는 연평균 약 100만명의 여행자들이 방문하는 인기 여행지가 됐다. 이를 통한 경제효과도 235억엔(약 2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이 같은 사례를 바탕으로 전문가들이 언급하는 ‘프로도 효과’의 핵심은 정부의 지원과 콘텐츠를 통한 스토리텔링의 중요성이다. 뉴질랜드 역시 ‘프로도 효과’가 가능했던 배경엔 정부의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당시 정부는 감독 피터 잭슨의 고향이 뉴질랜드라는 이유로 ‘반지의 제왕’을 자국 영화로 인정해 세금을 면제해 줬고, 홍보비 등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행정부 내에 ‘반지의 제왕’ 제작 후원 전담 부서도 설치했다. 또한 ‘반지의 제왕’에서 뉴질랜드의 자연공간이 항상 등장하면서 공간적 매력을 극대화해 실제 공간에 스토리를 입혔다는 평이다.

한국 정부 역시 콘텐츠와 관광을 융합하는 정책을 내놓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6차 관광진흥기본계획’을 수립하고 ‘K-컬처와 함께하는 관광매력국가’라는 슬로건을 제시했다. 전 세계인이 K-컬처와 한류에 열광하게 된 것이 한국방문의 주요 이유로 꼽으면서 “K-컬처와 K-관광을 융합하는 공세적 전략으로 국제관광 무대 주도하고 ‘한국은 가고 싶은 나라, 경험하고 싶은 나라’라는 이미지를 전파, 각인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통해 오는 2027년까지 외국인 관광객 수 3000만명, 관광 수입 300억 달러로 끌어올리겠다는 것이 정부의 복안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콘텐츠 투어리즘을 제대로 활용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부정적 시각이 앞선다. 한 예로 케이팝 팬덤을 불러 모으는 케이팝 아티스트의 콘서트는 티켓과 관련 부가상품을 파는 것에만 그치는 경우가 많다. 기껏해야 끼워팔기식으로 엮은 일반 관광지나 특산품 등은 오히려 팬덤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지난해 한국관광공사가 내놓은 ‘한류위키’ 역시 마찬가지다. ‘한류위키’는 전 세계 한류 팬들을 위해 케이팝, 한류스타, 드라마, 예능, 영화, K-콘텐츠 등 총 6개의 테마로 한류관광 대표코스 51선을 선정하고, 이 중 14개 코스를 엄선한 가이드북이다. 책에는 화려한 영상미로 화제가 된 케이팝 뮤직비디오 촬영지부터 ‘빈센조’ ‘갯마을 차차차’ 등 인기 드라마의 촬영지, 인기 예능 프로그램 촬영지 등을 엮어 관광코스로 제안했다.

그러나 드라마 뮤직비디오, 예능에서 느꼈던 지역의 특색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즉 기존의 ‘관광 가이드북’과의 차별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각각의 콘텐츠와 그 안에 소개된 공간이 가진 스토리텔링보다는 유명해진 장소를 단순히 엮는 것만으로는 ‘지속성’을 유지하기 힘들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한 관광업계 관계자는 “공간이 가진 특성과 콘텐츠의 스토리가 만나 시너지를 내는 것이 콘텐츠 투어리즘의 핵심이다. 이를 위해서는 단순히 ‘유명해진 곳’을 엮어 판매하겠다는 전략은 특정 콘텐츠 팬덤의 거부감을 형성하거나 일회성 상품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면서 “‘반지의 제왕’이 제작부터 정부의 지원이 따라오면서 ‘프로도 효과’를 일으킨 것처럼, 콘텐츠와 관광을 하나의 상품으로 융합하기 위해서는 기획 단계부터 긴밀한 협업이 필요하고, 지속성을 가져가려면 후속 지원도 동반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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