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가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전쟁 참전 사실을 처음으로 확인했다. 다음 달 9일 러시아의 제2차 세계대전 승리 기념일(전승절)에 맞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러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크렘린궁은 26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총참모장의 화상회의 내용을 공개하는 방식으로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을 공식 인정했다.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은 화상회의에서 푸틴 대통령에게 “오늘 쿠르스크주 영토에 마지막으로 남은 (우크라이나군 점령) 마을인 고르날이 해방됐다”며 러시아군이 쿠르스크 통제권을 완전히 회복하는 데 성공했다고 보고했다. 지난해 8월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 쿠르스크를 기습해 1000㎢ 이상을 장악했다고 밝힌 바 있다.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군이 쿠르스크 해방에 참여했다고 특별히 언급하고 싶다”며 북한군이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북·러 조약)에 따라 우크라이나군 격파에 중요한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은 “북한 군인과 장교들은 러시아군과 어깨를 나란히 해 전투 임무를 수행하면서 높은 전문성과 회복력, 용기, 영웅적 행동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우크라이나와 한·미 정보당국은 북한군이 쿠르스크로 이동해 전투에 참여했다고 밝혀왔으나 러시아가 이를 공식 인정한 것은 처음이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도 성명에서 “북한 병사들은 북·러 조약에 따라 쿠르스크에서 우리 군과 한 참호에서 어깨를 맞대고 피를 흘리며 싸웠고 적의 침략으로부터 러시아 영토를 해방하는 데 중대한 기여를 했다”고 밝혔다.
러시아가 전승절을 약 2주 앞두고 북한군 파병을 인정하면서 김 위원장이 전승절 열병식에 참석할 가능성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러시아는 주요 우방국 정상들을 전승절에 초청해왔다. 다만 김 위원장이 다자외교 무대에 나온 적이 없다는 점은 변수다.
러시아는 쿠르스크 탈환을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다른 주요 전선에서도 우리 군이 더욱 성공적으로 전진할 여건이 조성됐다. 신나치 정권(우크라이나)의 패배가 더욱 가까워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