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어린이’들의 잇단 비극, 돌봄 사각지대 없애야

2025-07-06

부모가 집을 비운 사이 어린 자녀가 화재로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2일 밤 부산 기장군의 한 아파트에서 8세, 6세 자매가 화재로 숨졌다. 지난달 24일엔 같은 부산의 부산진구 아파트에서 불이 나 10세, 7세 자매가 목숨을 잃었다. 앞서 지난 2월에도 인천 서구에서 혼자 집에 있던 12세 초등학생이 화재로 숨지는 일이 있었다. 아직 어린 아이들의 연이은 비극에 참담함을 감출 수 없다.

3건의 사고 모두 부모가 외출하거나 일을 하러 나가 집을 비운 상태에서 벌어졌다. 2일 사고는 식당을 운영하는 부모가 외출한 사이에 일어났다. 부산진구에서 희생된 자매의 부모는 새벽 청소 일을 나가 집을 비웠다. 인천 초등학생 역시 집에 혼자 있다가 변을 당했다. 어머니는 식당에 출근했고 아버지는 신장 투석을 받으려고 병원에 가느라 집을 비웠다고 한다. 대개는 집이 가장 안전할 것이라 생각하는데, 이런 사고들은 보호자가 없는 집은 아이들에게 결코 안전하지 않음을 일깨운다.

어린 자녀를 집에 혼자 떼놓고 나가고 싶은 부모는 없을 것이다. 문제는 돌봄 공백이다. 여차하면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 애가 타는 맞벌이 부부와 한부모 가정이 주변에 널려 있다. 정부가 아이돌봄 서비스를 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돌보미를 배정받기까지 평균 한 달을 기다려야 하고, 야간이나 주말엔 긴급 돌봄 서비스를 신청할 수 있지만 이 시간대엔 수락하는 돌보미가 없어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한다. 부산에서 난 두 사고 모두 돌봄 취약 시간대인 밤이나 새벽에 발생했다. 세계 최저 수준의 출생률로 국가 경쟁력이 추락할 위기에 처한 한국에서 돌봄 공백마저 제대로 메우지 못하고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가수 정태춘은 1990년 ‘우리들의 죽음’에서 부모가 셋방의 문을 잠그고 일을 나간 새 어린 남매가 화마에 휩쓸려 숨진 참변을 애도했다. 그로부터 35년이 지났지만 비극은 되풀이되고 있다. 정부가 심야 돌봄에 대한 수요 조사를 하고, 이용 시설도 확대하는 등 대책을 세우기로 했으나 이번 일을 계기로 체계적인 돌봄 내실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집에 아이만 두는 현실을 불가피하게 여기는 안일한 인식도 돌아봐야 할 시점이다. 해외에선 아이 방임 금지 연령을 규정해놓고 이를 어길 경우 엄벌한다.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선 한국도 ‘집에 혼자 둬선 안 되는 최소 연령’을 법이나 지침으로 지정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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