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시짱자치구에 세계 최대 규모 수력발전댐 건설프로젝트 승인
강우량이 많아 유량이 풍부하고 낙차도 커 수력발전에 천혜 조건
세계 최대 싼샤댐 전력생산량 3배 넘는 年 3000억㎾h 규모 건설
인도·방글라데시, 농업용수 등 환경재앙과 中 ‘수자원 무기화’ 우려
인도와 방글라데시가 ‘패닉(공황 상태)’에 빠졌다. 중국이 시짱(西藏·티베트)자치구에 세계 최대 규모의 수력발전댐을 건설하기로 승인함에 따라 하류지역에 있는 이들 국가가 중국의 ‘수공’(水攻)에 노출된 까닭이다.
중국 정부는 시짱자치구에서 가장 긴 강인 야루짱부(雅鲁藏布·티베트명 얄룽창포)강 하류에 세계 최대 규모의 댐을 건설하는 프로젝트를 승인했다고 관영 신화통신(新華通訊),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이 지난달 27일 보도했다. 이 초대형 댐이 건설되면 연간 3000억㎾h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같은 발전량은 현 세계 최대인 중국 싼샤(三峽)댐 용량(882억㎾h)의 3배를 훌쩍 뛰어넘는 어마어마한 규모다. 후베이(湖北)성 이창(宜昌)시에 건설된 싼샤댐은 2009년에 완공됐으며 거대한 규모 때문에 우주에서도 보이는 수력발전소로 유명하다.
야루짱부강은 티베트 고원 서부 히말라야산맥 기슭이 발원지로 티베트인들에게 ‘요람’ 또는 ‘어머니 강’으로 불린다. 빙하와 눈 녹은 물이 수원(水源)이다. 동쪽으로 흘러 중국 방향으로 쑥 들어온 인도 아삼지역에서 브라마푸트라강으로 합류한다.
그러다 남쪽 방글라데시에서 메그나강과 만나 벵골만으로 빠져나간다. 이런 연유로 야루짱부강은 인도에서는 산스크리트어로 ‘성자(聖者)의 자식’을 뜻하는 부라마푸트라강, 방글라데시에선 자무나강으로 각각 불린다.
길이 2057km에 유역 면적은 24만 6000㎢에 달한다. 수력 에너지 매장량은 중국에서 장강(長江) 다음으로 꼽힌다. 중국의 수력자원 매장량은 6억 7600만㎾h로 세계 최대 규모다. 이중 시짱자치구 내 수력자원 매장량은 2억㎾h로 30%가량 차지한다. 옌즈융(晏志勇) 중국 국유전력건설그룹 회장은 “야루짱부강 지역이 세계에서 유량이 가장 풍부한 지역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러나 개발 정도가 매우 낮아 현재 1% 안팎만 개발된 상태다.
댐 건설에는 1조 위안(약 200조 4400억원) 이상이 필요할 수도 있는데, 이는 지구상의 어떤 단일 프로젝트보다 큰 규모의 비용이라고 SCMP는 소개했다. 아직까지 댐의 구체적인 건설계획 기간이나 소요비용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 지역의 수량이 가장 풍부한 곳에 댐이 건설될 예정이다.
댐 건설 중국 내 구간에는 세계에서 가장 깊은 협곡 중 하나인 야루짱부 대협곡을 형성한다. 협곡 평균 고저 차가 무려 5000m, 최대 7667m에 달한다. 게다가 이 구간은 중국 본토에서 가장 비가 많이 내리는 지역 중 하나다. 유량도 풍부하고 낙차가 커 댐이 건설될 수 있다면 수력발전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는 셈이다. 중국 정부가 지난해 낸 보고서에 따르면 연간 3억명의 전력수요를 감당할 수 있다.
다만 해결해야 할 기술적 난제가 만만치 않다. SCMP는 "이 대규모 프로젝트를 위해 전례 없는 기술적·공학적 과제가 주어졌다"며 “남차바르와산을 통과하는 20㎞ 길이 터널 4~6개를 통해 초당 2000㎥가량인 강 유량 중 절반을 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녹고 있는 빙하도 댐 건설의 걸림돌이다. 댐 건설 예정지에서 불과 수십㎞ 떨어진 상류 지역에서 2018년 산사태가 발생해 거대한 호수가 생겨났다. 산사태의 원인은 빙하가 녹는 해빙(解氷)이다. 이 호수가 갇힌 물의 양만 6억㎥에 달한다. 이 호수를 만든 자연 댐은 언제든지 붕괴할 위험이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런 만큼 야루짱부강에 댐을 건설하기 위해선 산사태로 생겨난 상류 지역의 소규모 자연댐들을 없애야 한다. 중국 정부는 몇년 전부터 토목과 빙하, 산사태 전문가들을 포함한 과학자들과 엔지니어들을 소집해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이들은 무인기(드론)와 첨단장비들을 동원해 데이터를 수집하고 해결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금까지 산사태로 생긴 댐을 보강하거나 안전하게 제거하는 방법을 찾지 못했다고 SCMP는 전했다. 싱아이궈(邢愛國) 중국 상하이교통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상황이 매우 어렵다"며 "즉각적인 해결책이 나오지 않을 것 같다"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지역이 매우 넓고 빙하가 많은 곳"이라며 방법을 찾는다 해도 비용이 문제라고 덧붙였다.
어려움 속에서도 중국이 초대형 댐 건설을 강행하는 이유는 “전기자동차 전환에 따른 전력수요를 맞추기 위한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견해가 지배적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중국에서 내년에 하이브리드카를 포함한 전기차 판매량이 1200만대에 달할 전망이다.
내연기관차는 1100만대 팔릴 것으로 예상돼 중국에서 처음으로 전기차 판매량이 내연기관차를 앞지를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정부는 전기차 전환과 함께 곳곳에서 발전소 건립 계획을 세우는 등 전력수급에 신경 쓰고 있다.
신화통신은 “이 프로젝트가 중국의 탄소중립 목표를 맞추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이 댐을 통해 인근 태양광 및 풍력 에너지 자원개발도 촉진될 것이며 이 지역의 청정 에너지 기반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세계 최대 규모의 댐이 가져올 농업용수, 식수난을 비롯한 환경재앙과 수자원 무기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호주 싱크탱크 로위 인스티튜트는 보고서를 통해 중국이 티베트를 낀 강들에 독점적 소유권을 주장하며 남아시아 7개 강의 상류 지배자로 행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강들은 파키스탄과 인도, 방글라데시, 미얀마, 라오스, 베트남으로 흐른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야루짱부강의 하류 지대에 위치하고 있는 인도와 방글라데시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들 국가는 이 강에 농업용수와 식수를 의존하는 만큼 댐 건설으로 인해 커다란 타격을 입을 공산이 크다. 인도 아삼주 등 하류지역 주민의 농경 활동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다.
강이 중국과 인도의 국경분쟁 지역인 아루나찰프라데시를 관통하기 때문에 강에 대한 통제권은 전략적인 의미도 있다. 인도 현지매체 NDTV에 따르면 지난달 18일 아지트 도발 인도 국가안보보좌관과 왕이(王毅) 중국 정치국 위원이자 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이 특별회의를 열고 댐 문제를 논의했다.
인도는 특히 브라마푸트라강에 자체적으로 댐 건설을 계획 중이다. 중국이 상류에 초대형 댐을 건설하면 하류 구간 수자원이 부족해질 수밖에 없고, 중국이 물을 막아버리면 인도의 댐은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더타임스 오브 인디아는 "하류지역에 대한 갑작스러운 물 방류가 이뤄질 수 있는 까닭에 인도와 방글라데시의 홍수 위험을 크게 높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더군다나 분쟁 시 중국이 수자원을 무기화하면 인도 국가안보에 치명적 타격을 입을 수 있다. NDTV는 “(이 프로젝트는) 물 전쟁의 씨앗을 뿌릴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인도 힌두스탄 타임스도 "중국의 야루짱부강댐 건설은 인도 북동부의 수자원 안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것으로 예상되며, 중국이 여러 국가에 걸쳐 있는 강을 무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고 전했다.
반면 중국은 댐 건설이 중국 내정(內政)에 관한 일이라며 이들 국가의 우려를 일축했다. 중국남해연구원 산하 해상실크로드연구소 펑녠(彭念) 부소장은 홍콩 명보(明報)에 “(야루짱부강 댐 건설은) 국제적 관심을 끌고(중국·인도관계에) 긍정보다 부정적 영향이 클 수 있다”며 “인도가 하류에 있는 만큼 반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수력발전은 중국의 내정이고 (최근 양국관계의 연장선에서) 인도에 보복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글/ 김규환 국제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