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24.11.18 13:57 수정 2024.11.18 15:05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18일 기흥캠퍼스 반입식, 전영현 "새 100년의 미래"
2030년까지 20조원 투자해 반도체 기술의 산실로
19일 호암 37주년 앞두고 "반도체 초심" 강조
최근 반도체 위기설에 빠진 삼성전자가 분위기 반전을 위한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앞서 대표교섭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과 2023년·2024년 임금협약 잠정합의안을 도출하고, 주가 부양책을 내놓은 뒤 반도체 장비 설비 반입에 적극 나서면서다. 오는 19일 호암 37주년을 앞두고 다시 한번 반도체 초격차 경쟁력 확보를 위한 시동을 걸고 있는 모습이다.
18일 삼성전자는, 이날 기흥캠퍼스에서 차세대 반도체 R&D 단지(이하 NRD-K)의 설비 반입식을 열었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는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을 총괄하는 전영현 DS본부장(부회장)을 비롯해 DS부문 주요 경영진과 설비 협력사 대표, 반도체연구소 임직원 등 약 100명이 참석했다.
전영현 부회장은 기념사를 통해 "NRD-K를 통해 차세대 반도체 기술의 근원적 연구부터 제품 양산에 이르는 선순환 체계 확립으로 개발 속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해 나갈 것"이라며 "삼성전자 반도체 50년의 역사가 시작된 기흥에서 재도약의 발판을 다져 새로운 100년의 미래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이곳에서 반도체 초격차를 실현한다는 계획이다. 차세대 반도체 연구개발 복합단지로 성장할 기흥 캠퍼스에 설비를 반입하고 흩어진 조직을 모아 기술 거점으로 키우겠단 복안이다. 기흥 캠퍼스는 이병철 창업회장이 삼성 반도체 사업의 시작을 알린 곳이라 더욱 남다른 의미가 있는 곳이다.
1992년 세계 최초로 64Mb D램을 개발하고, 1993년 메모리 반도체 분야 1위 등을 이뤄낸 반도체 성공 신화의 산실이자,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을 중심으로 수많은 국내외 소재∙부품∙설비 회사들이 소재한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의 심장과도 같은 곳이다.
삼성전자 측은 "기흥캠퍼스 내 3만3000여 평 부지에 건설되는 '기흥 R&D 단지'는 기흥-화성-평택을 잇는 수도권 최대 반도체 R&D 클러스터로써 다시 한 번 기술 경쟁력을 공고히 하는 반도체 기술의 심장과 같은 곳이 될 것"이라며 "최첨단 R&D 설비를 갖춤과 동시에 첨단 기술개발의 결과가 제품 양산으로 빠르게 이전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역시 지난 2022년 복권 후 첫 행보로 기흥 R&D 단지 기공식에 참석해 "차세대, 차차세대 제품에 대한 과감한 R&D 투자가 없었다면 오늘의 삼성 반도체는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다. 기술 중시, 선행 투자로 세상에 없는 기술을 내놓자"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처럼 호암 37주년을 하루 앞둔 이날 설비 반입식을 진행한 것도 삼성 반도체가 출범한 기흥에서 다시 한번 삼성전자가 '초격차'에 시동을 거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기흥 R&D 단지에 오는 2030년까지 20조원을 투입해, 이를 복합형 연구 단지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이재용 회장의 경영 방침에 발맞춰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R&D에 역대 최대 규모인 8조8700억원을 투입하는 등 어려운 업황에도 불구하고 투자를 꾸준히 늘리고 있다.
기흥에 이어 일본 요코하마 '어드밴스드 패키징 랩(APL)'도 이르면 연내 가동 준비를 마칠 것으로 예상된다. APL은 삼성전자가 지난해 말 투자계획을 발표한 일본 내 차세대 반도체 R&D 기지로, 최근 삼성이 주목하는 첨단 패키징 분야 기술 개발에 중요한 거점 역할을 하게 되는 곳이다. 지난해 말 투자가 발표된 APL에는 오는 2028년까지 400억엔(한화 3600억원)이 투입된다.
업계는 차근차근 리스크를 해소해나가는 삼성전자의 향후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 14일 노조 임금협상 잠정 합의로 파업리스크를 일단락시킨 가운데, 15일엔 '4만 전자'까지 추락한 주가 방어를 위해 무려 10조 규모의 자사주 매입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이어 이날 R&D 기술기반 강화에 의지를 보이면서, 삼성전자가 안팎으로 리스크를 줄여가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업계는 이달 말, 다음달 초로 예정된 삼성전자의 사장단 인사 및 조직개편도 주목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반도체 위기설로 조기 인사가 단행될 것이란 관측이 컸는데, 시기는 예년과 비슷하게 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주 경영진에 대한 대규모 쇄신책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