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록 윤석열 시대

2022년 4월 초 어느 날의 새벽 2시 무렵, 환갑 줄에 다다른 한 남성이 아파트 베란다에 위태로이 서 있었다. 눈물범벅인 채였다. 이날 그는 영욕으로 얼룩진 자신의 삶을 스스로 끝장내려고 했다.
이 남성의 이름은 이상휘, 직함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 정무2팀장. 새 정부 출범이 한달가량 남은 상황에서 나는 새도 떨어뜨릴 법한 위세를 지닌 그였지만, 역설적이게도 이상휘 팀장의 인생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었다. (이하 경칭 생략)
설움과 분노가 뒤섞인 채 베란다 앞에 선 그는 수십분간 생사의 기로에 서 있었다. 한 걸음만 내디디면 모든 걸 포기할 수 있었던 순간, 그의 발길을 붙잡은 건 ‘내가 왜 이런 꼴을 당해야 하는가’란 근본적 의문이었다.
‘이유는 알고서 가자.’
그렇게 죽음을 물리치고 돌아선 이상휘는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측 핵심관계자)으로 불리던 새 정부 실세들에게 전화를 돌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좀 알아봐 달라”고 하소연했다. 그가 그 직전에 직접 겪은, 그러나 여전히 믿을 수 없는 일을 상세히 설명하면서였다.
윤석열 정권 출범 직전의 가장 내밀한 이야기 중 하나가 지금 이렇게 공개되는 건, 당시 억울해 잠 못 이루던 그가 여기저기 남긴 하소연 때문이다. 그 조각들을 이어붙이자 예상치 못했던 하나의 거대한 이야기가 드러났다.
이날의 상황을 묻는 중앙일보의 질문에 현재 국민의힘 국회의원 신분인 이상휘는 “나는 입이 없는 사람”이라며 답변을 일체 거부했다. 하지만 당시 여러 각도에서 이 상황을 지켜봤거나, 전해 들은 복수의 취재원 진술은 모두 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다.
이상휘는 그날 새벽 왜 베란다에 섰을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선 그로부터 2시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택시 안에 울려 퍼진 여성의 욕설
여느 날처럼 새 정부 조각을 위한 인사 작업에 열중하던 이상휘가 서울 모처에서 퇴근길에 나선 건 자정 무렵이었다. 그는 동료 몇 명과 함께 택시에 올라탔다. 택시가 짙은 어둠이 깔린 서울 시내를 미끄러지듯 나아갔을 때 이상휘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거기 찍힌 발신자의 이름을 확인한 이상휘는 깜짝 놀랐다.
급하게 전화기를 조작하던 그는 실수로 스피커 버튼을 눌렀다. 그 순간 택시 안은 그 스피커를 타고 흘러나온 중년 여성의 고성으로 가득 채워졌다. 그건 욕설이었다. 그것도 아주 무자비한 욕설.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김건희 여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