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검의 세계: 죽은 자의 증언
2화 : 유병언은 살해됐나?
‘사인(死因) 불명’. 유병언 전 세모그룹 창업주 죽음의 비밀은 2014년에 멈춰 있다.
유병언(이하 존칭 생략)은 그해 4월 16일 304명의 목숨을 앗아간 세월호의 실소유주로 지목되자 검찰의 체포를 피해 도주했다. 도피 행각의 끝은 형체도 알아볼 수 없는 변사체였다. 국과수 발표에도 불구하고 ‘시신이 바꿔치기됐다’ ‘누군가 살해한 뒤 옮겨놨다’ ‘도피 18일 만에 어떻게 백골로 변할 수 있나’ 등 의혹이 무성했다. 사인을 찾겠다던 경찰 수사는 유야무야됐다.
‘부검의 세계’ 취재팀이 접촉한 구원파(기독교복음침례회) 일부 신도는 유병언이 타살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3월 13일 금수원(錦繡院, 경기도 안성시의 구원파 수련원) 인근에 거주 중인 이OO씨는 전화통화를 통해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취재팀은 유병언 부검에 참여했던 국과수 법의관들의 판단을 듣고 기록을 재검토했다. 당시 언론은 국과수가 사인을 밝히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국과수의 관점은 달랐다. 신체적 증거가 부족한 부패 시신에서 사인을 찾기는 쉽지 않다. 국과수는 ‘배제적 진단(diagnosis of exclusion)’ 방식으로 접근했다. 변사자의 사망에 영향을 미칠 정도가 아닌 요인을 제거해 나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