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컬처 맹렬 팬덤, 내수 살릴 수 있을까

2025-04-08

4월의 첫날 점심시간 찾은 한 식당 앞은 10~20대 정도로 보이는 젊은 외국인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서울 논현동 소재 유정식당(사진)이다. 방탄소년단(BTS) 멤버들이 데뷔 전 사용한 연습실 바로 위층에 있다. 한 방송에서 멤버들이 ‘엄마 손이 그리울 때 찾는 식당’이라고 말한 이후 BTS 팬덤인 ‘아미’의 성지로 통하게 됐다.

들어가 보니 여기도 저기도 BTS였다. 식당 입구부터 시작해 벽면과 천장, 메뉴판과 냉장고는 BTS 멤버 사진과 굿즈로 도배돼 있었다. 식당 주인에 따르면 아미들의 손길에 식당 내부 모습은 날마다 바뀐다고 한다. 식사하는 손님의 절반 이상은 해외에서 온 아미로 보였다.

쌈밥·제육볶음·김치찌개 등을 파는 유정식당은 주변 직장인 사이에서도 맛집으로 통한다. 그렇지만 BTS가 없었다면 이 정도 유명세를 치르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뒷북이지만 새삼 BTS, 더 나아가 K컬처의 힘이 실감된 건 북적대는 이 식당과는 대비되는 최근 어려운 내수 사정 때문이다. 체감상 요즘 이렇게 북적이는 식당을 오랜만에 본 듯하다. 장진 감독도 최근 관객들과의 만남 자리에서 “저녁 시간에 택시가 너무 잘 잡혀서 놀랐다. 제 연극(‘꽃의 비밀’)을 보고 관객들이 잠시 시름을 놓았으면 좋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문화 콘텐트가 부진한 내수 시장을 되살리는 탈출구가 될 수 있겠다는 희망을 유정식당에서 봤다. 이 식당을 온통 BTS로 꾸민 아미들이 자연스레 다른 가게를 북적이게 할 수 있지 않을까. K팝뿐 아니라 영화·드라마·출판 등 K컬처의 경쟁력을 보면 제2, 제3의 유정식당 등장이 불가능한 일은 아닐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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