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대통령의 20일 퇴임을 앞두고 모든 이목이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에 집중되고 있다. 비록 바이든이 대선 경선에서 등 떠밀려 중도 하차했고, 대신 나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대패했지만 그렇다고 바이든 정부가 아시아에 남긴 중요한 유산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트럼프 2기에서 바이든의 아시아 정책을 이어 나갈지는 의문이지만 말이다.
바이든 정부가 가장 잘한 일은 아시아의 전략적 환경과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제거하려는 중국의 의도를 간파한 것이다. 냉전 이후 미국 정부 중에 이처럼 명확한 개념을 수립한 것은 바이든 정부가 유일하다.
중국의 의도를 간파한 바이든
한·일 등과 민주주의 연대 성사
중국과 러시아 야심 견제 성과도
바이든 정부는 이전 정부의 대중국 전략 실책에서 교훈을 얻었다. 중국과의 전략적 경쟁은 시대적 난제이며, 따라서 강력한 동맹과 파트너십이야말로 중요한 해결책이라는 범정부 차원의 공감대가 있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말한 역내 동맹과 파트너십의 ‘격자형’ 네트워크 강화에 반대하는 목소리는 크지 않았다. 잠수함 및 기술 협력에 관한 호주·영국·미국의 오커스(AUKUS), 미국·일본·인도·호주의 쿼드(Quad), 한·미·일 캠프 데이비드 정상 협정 등 많은 성과가 있었다.
트럼프 정부는 이런 소다자주의 네트워크를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트럼프 2기 국무장관 지명자인 마르코 루비오 의원은 아마 그렇게 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트럼프가 이러한 노력과 우방국 및 적국 모두로부터 양보를 얻어내기 위한 자신의 막무가내식 관세 위협을 혼동할 수 있다는 데 있다.
바이든의 가장 큰 약점은 경제적 영향력이었다. 호주 로위 연구소의 ‘아시아 파워 지수’에 따르면 역내 경제적 영향력은 트럼프 1기보다 낮은 점수를 받았다. 저개발 국가와의 협력도 미진했다. 이는 일대일로(一帶一路)를 앞세운 중국의 경제 공세에 틈을 제공했다.
많은 이들은 바이든 정부가 외교 전략에 민주주의를 포함한 것이 실책이었다고 비판하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 민주국가와 독재국가 사이의 이념 경쟁이 지정학의 핵심이라는 바이든의 믿음은 옳았지만, 민주주의 정상회의의 참여국 요건인 민주주의 국가 기준이 너무 높았고 결국 영향력 제한으로 이어졌다.
대북 정책은 바이든 정부 내내 핵실험이 없었다는 것만으로도 성공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동시에 최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실험을 포함하는 북한의 미사일 운반 체계에 상당한 진전도 있었다. 러시아와 중국이 북한에 외교적 방어막 역할을 했고, 러시아가 북한에 기술을 지원하는 가운데 미·중 관계 경색으로 바이든의 선택지가 훨씬 줄어들었다.
바이든은 북한 문제에 눈감았고 북한은 물론, 북한을 지원한 러시아와 중국이 대가를 치르도록 할 기회를 놓쳤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가 설령 김정은과 브로맨스를 재개해도 한반도 상황을 근본적으로 바꾸기는 힘들 것이다.
바이든 임기 동안 아시아에서 침략전을 성공적으로 억지했다고 자부할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취임 직전과 비교해 역내 억지가 더 강화됐다고 볼 수는 없다. 물론 주요 민주주의 국가들과의 정책 연대로 중국과 러시아의 야심에 타격을 줬다. 특히 한국·일본·호주를 위시한 동맹국들이 연대해 우크라이나를 지지했다. 이는 민주주의 국가에 대한 침략은 그들 모두에게 영향을 준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다.
남중국해·대만해협·한반도에서 긴장이 격화될 때 바이든 정부의 대응은 확고했지만, 예상 가능한 것이었다. 바이든은 중국과 러시아와의 대립에서 주도권 탈환에 실패했다. 트럼프 2기는 주도권을 성공적으로 잡기 위해 매우 소란스럽게 노력하겠지만, 동맹과의 조율이 필수다. 고립된 미국이 주도권을 잡더라도 오히려 상대국만 좋은 일 시킬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역사가들은 바이든 정부를 높게 평가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마지막이 아름답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시아의 역사가들은 바이든 임기 동안 중요한 미래 경쟁의 근간이 큰 재앙 없이 구축됐다고 평가할 것이다. 만약 공화당이 주도할 미국 의회가 바이든의 아시아 전략을 트럼프 정부가 계승하도록 기강을 잡는다면 바이든의 전략이 성공적이었음이 입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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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그린 호주 시드니대 미국학센터 소장·미국 CSIS 키신저 석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