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트남에서 최대 1만 4000년 전의 미라가 발견됐다. 인류가 미라를 만들기 시작한 것으로 예상됐던 7000년 전보다 두 배 오래된 미라다.
15일(현지시간) 미국 과학전문매체 라이브 사이언스에 따르면, 호주 국립대학교 연구팀은 최근 아시아에서 발견된 고대 무덤을 연구한 결과 베트남에서 최대 1만 4000년 전에 미라를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고 이날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게재했다.
샤오춘 헝 연구원이 이끄는 연구팀은 2017~2025년 중국 남부, 필리핀, 라오스,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11개 고고학 유적에서 총 54구의 유골을 분석했다.
이 유골 모두 뼈가 과하게 굴곡지고 부자연스럽게 웅크린 자세로 발견됐는데, 시신이 부패하는 과정에서 틀어지지 않도록 묶었다고 보기에도 과하게 뒤틀린 상태였다.
또, 해당 매장지에서 발견된 시신들은 무덤이 아닌 유골 뼈대에 불이 붙었던 흔적이 발견됐다. 불과 연기를 포함한 의식적인 행동이 있었음을 시사한다.
연구팀은 내부 미세 구조를 조사할 수 있는 비파괴 기술, X선 회절과 뼈가 열에 노출되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적외선 분광법을 사용해 유골을 조사했다.
그 결과 대부분 유골에서 화장과 같은 직접적인 연소의 증거가 아닌, 저강도 가열과 그을음으로 인한 변색의 증거가 확인됐다.
시신을 훈증하는 장례 관습이 중국 남부와 동남아시아의 농업 이전 사회에서 널리 행해졌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번 연구에서 가장 오래된 유골은 베트남 북부 호아빈성 항무이 동굴에서 발견된 성인 남성의 것이다. 방사성탄소 측정 결과 약 1만 4027~1만3798년 전에 매장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 미라는 오스트레일리아(호주)-파푸아 원주민 집단과 두개골 형태가 유사했으며, 오른쪽 팔뼈에서 훈증 흔적이 발견됐다. 같은 곳에서 발견된 빗장뼈도 약 1만 4000년 전의 것이었다.
지금까지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것으로 여겨진 인공 미라는 칠레 북부 친초로 문화권에서 발견된 약 7000년 전의 미라였다. 그다음이 약 4500년 전의 고대 이집트 미라다.
헝 연구원은 “훈증은 단순히 부패를 늦추는 행위가 아닌, 영적, 종교적, 문화적 의미를 가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그는 “고대 미라가 우리가 아는 미라와 가장 다른 점은 공정 후 밀봉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따라서 보존 기간이 수십 년에서 수백 년에 불과했을 것”이라며 “덥고 습한 동남아시아 기후에서는 훈증이 시신을 보존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번 연구는 동남아시아 초기 이주에 대한 이중 모델을 뒷받침한다고 평가받는다. 고대 수렵 채집인들이 6만 5000년 전 남부에서 처음 유입됐으며, 2차로 4000년 전 북부에서 신석기 시대 농업인들이 유입됐다는 가설이다. 동남아시아 지역의 유전적 다양성을 설명하는 데 사용된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난양기술대학 생물인류학자인 아이비 휘이안 예는 “(이번 연구 결과는) 아시아의 초기 인류 이주 분포, 상호작용 패턴과 일치한다”고 평가했다.
연구팀은 “훈증 미라는 현재 고고학 기록에서 확인되는 것보다 더 일찍 시작되었고 더 널리 퍼졌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잠재적으로는 4만 2000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깊고 지속적인 생물학적, 문화적 연속성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