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등석 없애고 비즈니스·프리미엄 각 40석 재편
공정위 시정조치 준수, 서비스 품질 유지 방침
[서울=뉴스핌] 김정인 기자 = 국내 항공사들이 일반석과 비즈니스석 사이의 '프리미엄 이코노미' 좌석을 잇달아 확대하고 있다. 좌석 공간과 서비스를 강화해 중간층 수요를 흡수하는 동시에, 높은 탑승률과 안정적인 수익성을 노린 전략이다.
◆ 3000억 투입해 11대 개조…좌석 공간 1.5배 확대
13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다음달 17일부터 인천~싱가포르 노선에 프리미엄석이 설치된 보잉 777-300ER 개조(레트로핏) 여객기를 첫 투입한다.
대한항공은 총 3000억원을 투입해 보유 중인 777-300ER 25대 가운데 11대를 내년 말까지 순차 개조한다. 기존 일등석은 완전히 없애고 비즈니스석 40석, 프리미엄석 40석을 운영한다. 나머지는 이코노미석으로 배치된다.

앞 좌석과의 간격은 39~41인치(99~104cm)로 일반석보다 15~17cm 길다. 좌석 너비도 19.5인치(49.5cm)로 약 6cm 넓어 전체 공간은 1.5배에 달한다. 좌석 등받이는 소형기 프레스티지석 수준인 130도까지 젖힐 수 있다. 기내식과 기내 기물, 사전 주문 서비스는 비즈니스석과 동일하게 제공된다.
◆ 일반석 배열 변경…대한항공 "서비스 품질 영향 없다"
프리미엄석 도입 과정에서 일반석 배열은 3-3-3에서 3-4-3으로 변경됐다. 이로 인해 좌석 너비가 1인치(약 2.5cm) 줄었고,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공간 축소에 대한 불만이 나오고 있다.
대한항공은 이에 대해 "이번 개조 항공기의 일반석 좌석은 이미 787·747-8i에도 장착된 동일 좌석"이라며 "또 개조 전 항공기보다 더 커지고 선명해진 기내엔터테인먼트(IFE) 시스템을 갖췄고, 기내 인터넷도 가능해 서비스 품질에는 영향이 없다"고 설명했다.
또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과의 기업결합 시 공정위로부터 부과받은 구조적·행태적 시정조치를 반드시 준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정위는 2022년 결합 승인 시 인천~로스앤젤레스 등 40개 주요 노선에서 2034년 말까지 운임 인상, 좌석 축소, 서비스 질 저하를 금지하는 조건을 부과한 바 있다. 이번 개조 항공기는 해당 노선을 피해 운항된다.

◆ 업계 전반으로 확산…중간층 수요·수익성 모두 겨냥
프리미엄 이코노미는 국내에서 아시아나항공이 2017년 A350 기종에 '이코노미 스마티움'을 도입하며 처음 등장했다. 이후 제주항공(비즈니스 라이트), 진에어(지니 비즈), 티웨이항공(슈퍼 프리미엄 존), 에어프레미아(와이드 프리미엄) 등으로 확대됐다.
글로벌 항공사들은 1990년대 초부터 해당 좌석을 운영해왔으며, 장거리·중거리 노선에서 고정 수요를 확보해 비즈니스석 대비 저렴한 가격으로 높은 탑승률을 유지하고 있다.
국내 항공 업계도 중·단거리 노선에서 성과를 검증한 뒤 장거리와 다른 기종으로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중거리 이상 노선에서 일반석 답답함을 줄이고, 비즈니스석 가격 부담을 낮추는 중간 선택지를 원하는 고객층이 꾸준히 늘고 있다"며 "향후 시장 경쟁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kji0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