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손엔 다이아몬드 목걸이, 왼손엔 샤넬백이…’

2025-07-18

※신문 1면이 그날 신문사의 얼굴이라면, 1면에 게재된 사진은 가장 먼저 바라보게 되는 눈동자가 아닐까요. 1면 사진은 경향신문 기자들과 국내외 통신사 기자들이 취재한 하루 치 사진 대략 3000~4000장 중에 선택된 ‘단 한 장’의 사진입니다. 지난 한 주(월~금)의 1면 사진을 모았습니다.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47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한국 ‘반구천의 암각화’와 북한 ‘금강산’을 세계유산 목록에 등재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한국의 17번째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동재된 반구천의 바위 그림은 ‘한반도 선사 문화의 정수’로 평가받는 유산입니다. 북한의 3번째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금강산은 계절마다 모습을 달리하는 아름다운 풍광으로 ‘천하제일 명산’이라 불려온 명소입니다.

14일 월요일자 1면 사진은 울주군 대곡리 암각화와 금강산의 가을 풍경을 위아래로 붙여서 썼습니다. 암각화만으로도 1면 사진의 유력한 후보였지만, 사진회의 후 발표된 금강산의 등재 결정으로 ‘남북 문화유산, 나란히 유네스코 등재’라는 제목을 뽑을 수 있는 확실한 1면 사진이 되었습니다. 금강산 사진을 찾으려고 회사 아카이브를 뒤졌습니다. 자료가 오래되고 부실했습니다. 이번 정부에서 금강산 사진을 대거 ‘업데이트’할 수 있는 기회가 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 ‘맞불’ (7월15일)

이재명 정부 초대 장관 후보자들의 인사청문회가 시작됐습니다. 국회에서는 강선우 여성가족부, 정동영 통일부, 전재수 해양수산부,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를 대상으로 인사청문회를 실시했습니다. 이날 청문회 곳곳에서 여야 충돌이 이어졌습니다. 보좌진 상대 갑질 의혹이 제기된 강선우 후보자 청문회에서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이 강 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하는 손팻말을 노트북에 붙였고, 이에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떼라고 요구하는 과정에서 고성이 오가면서 청문회가 파행하기도 했습니다.

1면 사진은 강 후보자 청문회장에서 국힘의힘 손팻말에 더불어민주당이 맞불 손팻말을 내건 장면입니다. 이날 가장 주목했던 청문회라 강 후보자의 사진과 맞불 손팻말 사이에 고민이 있었지만,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첫날의 분위기를 압축하고 상징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 김건희도 드나들었을까...‘법당’ 압수수색 (7월16일)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들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건진법사 청탁 의혹’을 겨냥해 동시다발 압수수색에 나섰습니다. 건진법사와 김 여사, 윤석열 전 대통령의 친분관계를 연결고리로 정치권에 뻗친 선거·공천 개입 의혹을 겨냥한 본격 수사가 시작됐습니다. 특검팀은 이날 문서 자료와 PC 내 파일 등을 확보하기 위해 건진법사 전성배씨의 법당과 사무실 등 10여 곳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냈습니다. 전씨는 2022년 통일교 측으로부터 ‘김 여사 선물용’ 다이아몬드 목걸이, 샤넬백 등과 교단 현안 청탁을 받은 후 이를 김 여사에게 전달해줬다는 의혹 등을 받고 있습니다. 특검은 또 건진법사가 ‘기도비’ 명목으로 거액을 받은 뒤 정치권 유력 인사를 상대로 공천 및 인사 청탁을 해온 브로커 역할을 해온 것으로 판단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1면 사진은 서울 역삼동에 위치한 전씨의 법당 모습입니다. 이날 전씨와 관련한 여러 장소에서 동시에 압수수색이 진행됐고, 그 중 ‘법당’을 선택했습니다. 주소지를 보고 입구가 통제된 빌딩에 있을 거라는 짐작과 달리 법당은 마당이 딸린 일반 주택이었습니다. 대문틈으로 앞마당이 들여다보였고 오가는 특검 수사관도 보였습니다. 생각보다 ‘그림이 되는’ 현장 사진을 보며, 가능성 없는 상상을 그 위에 얹습니다. ‘저 앵글 안에서 수사관이 대문 쪽으로 걸어오는데 오른손엔 다이아몬드 목걸이, 왼손엔 샤넬백이 들려 있는 거야.’

■ 당·정·대 모여 ‘기억과 위로의 대화’ (7월17일)

이재명 대통령을 비롯한 대통령실과 정부 관계자, 여당 의원 등이 세월호·이태원·오송 지하차도·제주항공 여객기 등 사회적 참사 유가족 200여 명과 간담회를 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생명보다 돈을 더 중시하고, 안전보다 비용을 먼저 생각하는 잘못된 풍토들이 있었기 때문에 죽지 않아도 될 사람이 죽거나, 다치지 않아도 될 사람들이 다치는 일이 발생했다”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할 정부의 책임을 다하지 못했던 점에 대해 정부를 대표해 공식 사과한다”고 말했습니다. 유가족들은 이 대통령의 고개숙인 사과에 눈물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대통령은 “다시는 이 나라에 국가의 부재로 인한 억울한 죽음이 생기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했습니다.

1면 사진은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사회적 참사 유가족과의 간담회 모습입니다. 이 대통령을 포함해 참석자 모두 앞쪽을 향해 묵념하는 장면을 1면에 앉혔다가, 대통령의 얼굴이 덜 보이더라고 시선이 유가족을 향하고 있는 장면이 이날 행사의 의미에 더 부합한다 느꼈습니다. 보라색, 하늘색, 노란색 등 각각의 참사를 상징하는 색의 옷들이 골고루 보이는 사진을 골랐습니다.

■ 섬이 된 마을...예산·서산 등서 피해 속출 (7월18일)

이틀간 지역별로 시간당 최대 100mm이상, 누적 최대 500mm가 넘는 집중호우가 쏟아져 4명이 숨지고 수천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습니다. 전국 곳곳에서 하천이 범람하고 도로와 주택이 침수됐습니다. 특히 충남지역의 피해가 컸습니다. 서산시는 시간당 최대 114.9mm, 누적 519.0mm(17일 오후 3시 기준)라는 기록적인 폭우가 내렸습니다. 기상청은 충남지역에 내린 비가 7월 강수량 기준 200년에 한 번 나타날 수준이라고 밝혔습니다.

1면 사진은 충남 예산에 내린 폭우와 하천 범람으로 삽교읍의 한 마을이 불어난 물에 섬처럼 갇힌 장면입니다. 요즘 집중호우는 별납니다. 예보를 듣고 대비를 해도, 언제 어디서 어떻게 퍼부을지 모릅니다. ‘서산에 역대 최대 폭우’라는 속보를 보고 달려가도 그 넓은 서산의 어디로 가야 피해를 제대로 기록할 수 있을지 막막해집니다. 적절한 정보와 발품이 답이지만, 흘러내린 토사에 국도가 끊어져 이동이 제한되기도 하지요. 저는 사무실에 앉아서 이런저런 사진을 현장기자에게 요구를 합니다만, 현장을 뛰는 사진기자는 마감의 압박에다 위험까지 감수하며 취재를 합니다. 쉽게 찍히는 사진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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