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상은 다 새로 제작했습니다. 제작비가 많이 들어 다른 분들 출연료를 조정해서라도 더 투입했어요.”
19일 서울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영화 ‘왕과 함께 사는 남자’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이날 현장에는 장항준 감독을 비롯해 배우 유해진, 박지훈, 유지태, 전미도가 참석해 작품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항준 감독은 이번 작품을 통해 대한민국 최초로 단종의 서사를 본격적으로 스크린에 옮긴다. 그는 연출 제안을 처음 받았을 당시를 떠올리며 “처음 제안을 받고 망설였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당시 영화계 전반의 상황이 좋지 않았고, 사극이라는 장르적 특수성 역시 부담으로 작용했다. 장 감독은 “무엇보다 단종을 다뤄본 적이 없다는 점이 가장 고민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마음을 돌리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아내 김은희 작가의 ‘승인’이었다. 장 감독은 “집에 가서 (김은희 작가에게) 이야기를 했더니 하라는 명이 내려왔다”며 “원래 잘 나가는 사람 말 듣게 된다”고 말해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이어 “생각하지 못했던 신선한 캐스팅으로 한 번 해보자는 결심도 그때 굳어졌다”고 덧붙였다.
어린 단종 ‘이홍위’를 연기한 박지훈은 캐릭터 접근 방식에 대해 “자세히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기 때문에 대본을 통해 최대한 순수하게 접근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어린 나이에 겪었을 감정을 상상하되, 과도한 해석으로 인물을 규정하지 않겠다는 판단이었다. 대신 그는 “무기력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를 가장 중요한 과제로 삼았고, 이를 위해 반복적인 리딩 과정을 거쳤다고 전했다.
이 과정에서 체중 감량도 감행했다. 박지훈은 “15kg 정도를 감량했다”며 “무기력감을 외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거의 먹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단순히 마른 정도가 아니라, 안쓰럽고 아려 보이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단종의 곁을 지키는 인물 엄홍도로 분한 유해진은 촬영 현장에서의 일화를 전하며 박지훈을 향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분장차에서 촬영 현장까지 약 2km 정도 되는데, 그 길을 걸으며 그날 할 연기를 생각하고 대사를 읊고 있었다”며 “그때 박지훈이 와서 같이 걸으며 작품 이야기부터 잡다한 얘기까지 나눴다”고 말했다. 이어 “참 괜찮은 친구라는 생각이 들었고, 자연스럽게 정이 많이 쌓였다”고 덧붙였다.
반면 유지태가 맡은 한명회는 이미 다양한 매체에서 여러 차례 소비된 인물이다. 유지태는 “어떻게 하면 기존과 다른 한명회를 그릴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감독님과 제작진을 처음 만났을 때부터 기존과는 다른 한명회를 만들고 싶다고 하셨고, 시나리오 속에서 그려진 굵직한 인물의 모습이 좋아 단번에 참여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캐릭터 연구 과정에서는 인공지능의 도움도 받았다. 유지태는 “한명회의 이미지를 챗GPT에 물어봤는데, 수양대군 옆에 늠름하게 서 있는 모습으로 나오더라”며 “아마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 생각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장항준 감독은 한명회에 대한 역사적 기록을 언급했다. 그는 “한명회에 대한 기록은 대부분 사후 1~2세기 이후에 남겨진 것들”이라며 “당대 기록을 살펴보면 원래 풍채가 좋고 늠름한 인물로 묘사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 점에 착안해 기골이 장대하고 신념이 분명한 인물로 해석했다”고 덧붙였다.
장 감독은 배우들의 캐릭터 구축뿐 아니라, 연출자로서 역사적 인물들을 어떻게 섬세하게 그려낼 것인지에 대해서도 깊이 고민했다고 밝혔다. 그는 “역사학자 교수님과 풍속사를 연구하시는 전문가들을 직접 찾아뵙고 질문하며 자료를 얻었다”며 “교보문고에 가서 조선시대 사람들은 몇 시에 일어났는지, 여름에는 무엇을 먹었는지, 밥의 양은 어느 정도였는지 같은 아주 사소한 것들까지 찾아봤다”고 말했다.
그 과정에서 제작비 부담도 감수했다. 장 감독은 “미술이나 분장 쪽에서 조금만 잘못되면 큰일이 난다. 요즘은 역사학자들만큼 공부한 누리꾼들도 많아서 틀리면 바로 지적이 온다”며 “의상은 모두 새로 제작했다. 회사 입장에서는 비용이 많이 들지만, 다른 분들의 출연료를 조정해서라도 제작비를 더 투입했다”고 밝혔다.
배우들 역시 이러한 감독의 집요함을 현장에서 체감했다고 입을 모았다. 유해진은 “제가 의견을 내면 그것을 토대로 대본을 더 발전시키는 능력이 뛰어나다. 제가 제시한 것에 덧붙여 더 큰 효과를 만들어낸다”며 “셰익스피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전미도는 “저는 스스로 연기에 대한 의심이 많은 편인데, 감독님은 작은 연기에도 칭찬을 아끼지 않으신다”며 “그 덕분에 현장 분위기가 좋아졌고, 모두가 집중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매화 역을 준비하며 궁중 예법 교육을 받은 뒤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못하고 절제된 삶을 살아야 했던 궁녀들의 삶을 체감했다”며 “눈빛과 표정에 그 절제를 담으려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영화 ‘왕과 함께 사는 남자’는 1457년 청령포를 배경으로, 마을의 부흥을 위해 유배지를 자처한 촌장 ‘엄홍도’와 왕위에서 쫓겨나 유배된 어린 선왕 단종의 숨겨진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설 연휴를 앞둔 내년 2월 4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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