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는 ‘나의 힘’…유튜버에게 연령이 대수인가요?

2024-09-22

요즘 유튜브·소셜미디어 등에서 노익장을 과시하는 시니어들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다. 이전엔 디지털에 익숙한 20·30세대가 주도했다면 최근 몇년 사이엔 60대 이상 시니어가 크게 늘어 각종 디지털 플랫폼에서 활동한다.

일명 ‘시니어 크리에이터’로도 불리는 이들은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콘텐츠를 만들며 자신의 삶을 공유하는 것을 넘어 새로운 도전과 열정을 보여준다. 디지털 콘텐츠로 제2의 인생을 사는 주인공을 만나보고, 지역 곳곳에서 운영되는 시니어 대상 디지털 콘텐츠 제작 프로그램도 살펴봤다.

“멀리서 사는 자식들에게 우리가 사는 모습도 보여주면서 노년을 기록하고 싶은 단순한 마음으로 시작했죠. 그런데 이게 또 다른 세상이에요. 바다 건너 캐나다 밴쿠버에 사는 사람도 영상을 보고 알아볼 수 없는 꼬부랑 글자로 댓글을 달아 신기하더라니까요.”

유튜브 채널 ‘조씨네’는 17년 전 충북 단양으로 귀촌한 노부부가 정원을 가꾸고 농사를 지으며 오순도순 살아가는 모습을 그림일기처럼 보여줘 주목받고 있다.

7만5000명이 훌쩍 넘는 구독자를 보유한 이 채널의 주인장은 권오점씨(76)와 남편 조성민씨(85)다. 특별한 시나리오 없이 자연스러운 그들의 생활을 아름다운 농촌 풍경과 함께 영상에 담아 게시한다. 영상을 본 이들은 “시골에 계신 부모님이 생각나네요” “고향이 그리워집니다” 등 반응이 뜨겁다.

채널에 올라가는 영상 콘텐츠 기획과 촬영은 권씨의 솜씨로 이뤄진다. 소소한 일상 사진과 글을 10년 넘게 블로그에 공유하던 그는 첫째 아들의 권유로 3년 전부터 유튜브에 영상을 올리기 시작했다. 남편인 조씨는 출연과 보조, 아들은 영상 편집을 담당한다.

“처음엔 편집도 제가 해보려고 시도했어요. 그런데 편집 프로그램이 어찌나 어려운지 온종일 붙잡고 있다가 코피까지 쏟았다니까요. 그 후론 촬영에만 집중했죠. 봄철 냇가에 물안개가 올라오는 장면, 아침에 나뭇잎 사이로 햇빛이 들어오는 모습같이 아름다운 순간이 보이면 자동으로 카메라를 켜요. 이게 어떻게 영상으로 보일지 생각하면 너무 신나거든요.”

영상은 한달에 최소 두건씩은 빠지지 않고 올라간다. 정해진 규칙은 없지만 영상을 기다리는 구독자를 생각하면 마음이 조급해진단다. 가뭄이 들거나 꽃이 지는 시기엔 예쁘게 찍을 게 없어 스트레스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하지만 부부는 “유튜브를 하니 세월을 허투루 보내지 않고 나날을 기록하게 돼 삶을 곱씹는 계기가 된다”며 “다시 생각해도 유튜브 하길 참 잘했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시니어 크리에이터의 활동범위는 유튜브뿐만 아니다. 쇼트폼 플랫폼에 임영웅 댄스 챌린지를 찍어 올리거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자신의 취미를 공유하고, 실시간 인터넷 방송을 하는 등 무궁무진하다.

이처럼 은퇴 이후에도 주체적으로 사회·문화 활동에 참여하는 60대 이상 중장년층과 고령층을 통틀어 ‘액티브 시니어’라고 지칭한다.

이들은 디지털 환경을 수용하며 활용하려는 의지가 강하고, 디지털 콘텐츠를 20·30세대 못지않게 생산·소비한다. 고령화사회에 접어든 만큼 액티브 시니어의 수와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흐름에 발맞춰 전국 지방자치단체 등에선 중장년·고령층을 위한 디지털 콘텐츠 제작과 관련해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 서초구는 어르신들이 정보기술(IT) 환경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2019년부터 스마트 시니어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시니어 방송국(SSN)을 만들어 50·60·70세대가 직접 콘텐츠를 제작해 유용한 정보와 지역소식을 전달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 어르신 전용 IT 체험 공간, 디지털 교육, 콘텐츠 제작 스튜디오를 열어 시니어가 디지털 역량을 기를 수 있는 장을 마련했다.

10일 충북 음성에도 시니어 유튜버가 활동을 시작했다. 지역민의 인생 이야기를 영상으로 제작하는 충북 영상자서전사업의 하나로 영상 제작 교육을 통해 시니어 유튜버를 양성한다.

시청자미디어재단은 55세 이상을 대상으로 전국에서 미디어 교육을 개최한다. 포토샵, 스마트폰 영상 제작 교실, 영상자서전 만들기 교육이 진행 중이며, 27일까지 광주시청자미디어센터에서 열리는 영상 편집 기초 교육 수강자를 모집한다.

연륜과 경험은 젊음과는 맞바꿀 수 없는 경쟁력이 된다. 꿈과 열정만 있다면 디지털로 얼마든지 청춘을 되찾을 수 있지 않을까.

단양=김보경 기자 bright@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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