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지주들이 1분기 역대급 실적을 올렸지만 비상경영을 이어간다. 미국발 관세전쟁에 조기대선까지 겹치며, 국정 공백기에 건정성 사수와 동시에 산업에 '돈맥'을 대야하는 중책을 맡았다.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KB금융·신한·하나·우리 4대 금융지주는 올해 1분기 약 4조9000억원에 달하는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지난해 지난해 1분기 순이익 약 4조3000억원 대비 13% 이상 늘어난 수치다. KB금융 1분기 순이익 전망치가 1조5780억원으로 가장 높았고 신한금융과 하나금융, 우리금융이 각각 1조4711억원, 1조525억원, 7743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임직원 희망퇴직 비용을 1분기에 반영한 우리금융을 제외하면 나머지 금융지주 순익은 역대치에 가깝거나 뛰어넘는다.
지난해 연말부터 이어져온 기준금리 인하와 가계대출 제한에도 예대금리차를 유지하는 등 안정적으로 이자수익을 관리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다만, 1분기 호실적에도 금융지주는 최근 비상경영 기조를 강화하고 있다. 고환율로 건정성지표인 보통주자본비율(CET1) 사수에 빨간불이 켜진데다, 관세전쟁 여파로 산업에 자금을 공급해야하는 역할이 강조되기 때문이다.
특히, 7일부로 1470원대를 돌파한 원/달러 환율은 골칫거리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12월 계엄 이후 1486.70원까지 올랐던 때 보다 더 위험한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환율이 오르면 은행 건정성 핵심 지표인 CET1이 하락한다.
금융지주 관계자는 “지난해 집중했던 그룹 밸류업만 챙기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환율상승이 계속 되고 있는데다 관세전쟁으로 경쟁력이 취약해진 산업에 기업대출 여력을 늘려야 하기 때문에 최대한 보수적인 기조로 수익을 이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4대 시중은행은 이번 주부터 25조원 이상 자금을 수출기업과 중소기업·소상공인 지원에 투입한다.
KB금융은 미 관세 조치로 어려움이 예상되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위해 8조원 규모 금융 지원에 나선다. 중소기업·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영업점 전결 금리우대 프로그램'을 기존 1조5000억원에서 3조원으로 늘리고, 국가 주력 전략산업을 영위하는 중소기업을 위한 '한시 특별 금리우대 프로그램'도 3조원에서 5조원으로 확대한다.
신한금융그룹도 수출기업, 중소기업, 소상공인에 10조5000억원 규모 금융지원을 실시한다. 중소기업·소상공인의 금융부담 완화를 위해 기업 금리우대 프로그램을 통해 6조4000억원을 지원한다. 수출기업을 대상으로는 3조원 규모 특별 금리 인하 프로그램인 '하이패스(Hi-pass)' 쿠폰을 지급한다.
하나은행은 중소기업·소상공인 긴급 유동성 지원을 위해 총 6조원 규모 자금을 공급할 계획이다. 기존 운영 중인 '주거래 우대 장기대출' 3조원 증액에 더해 3조원 규모 '금리우대 대출'을 추가 지원한다. 관세 피해로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기업에 대해서는 원금 상환 없이 대출 기한을 연장해주고, 분할상환 유예, 금리감면, 신규자금 지원 등을 제공한다. 자동차 부품업체 운전자금 지원을 위해 신용보증기금과 240억원 규모 신규 보증협약을 이달 중 체결한다.
우리금융그룹은 7일 오후 임종룡 회장 주재로 '상호관세 피해 지원TF(태스크포스)' 회의를 개최하고 비상경영태세 하에서 관세 충격이 큰 수출입기업을 최우선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김시소 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