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 12·3 계엄 이후 한덕수가 한 일을 알고 있다

2025-04-28

SK텔레콤(SKT) 가입자다. 주말 사이 ‘유심 보호 서비스’에 가입했다. ‘명의도용 방지 서비스’도 신청하려고 PASS앱에 접속했다. 실패했다. 접속 폭주로 먹통이었다.

SKT 해킹 사태 상황이 궁금해 뉴스를 검색해봤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하 호칭 생략)의 ‘긴급 지시’ 기사가 떠 있었다. “과기정통부는 해당 사업자 조치의 적정성을 점검하고, 관계부처는 국민불편 해소에 전력을 다하기 바란다”는 내용이었다. SKT 측이 사과하며 ‘가입자 전원 유심 교체’를 발표한 시점이 25일 오전 11시다. 이후 50시간이 넘어서야 나온 지시는 ‘긴급’해 보이지 않았다.

나라는 있으되 정부가 없다. 관료는 있으되 지도자가 없다. 대통령과 국무총리 직무를 겸하는 최고위 공직자가 딴생각만 하는데, 국정이 제대로 돌아갈 리 없다.

지난해 4월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참패한 뒤 한덕수는 사의를 표명했다. 윤석열 당시 대통령은 “총리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다”며 유임시켰다. 관가에선 이런 이야기가 돌았다. 75세 고령의 총리가 대통령 대신 행사에 참석하는 등 ‘대독 총리’ 노릇 하느라 지쳐 있다는 것이다.

요즘의 한덕수는 그때의 한덕수와는 달라 보인다. 시쳇말로 ‘도파민 뿜뿜’이다. 그는 지난 16일 경기 안산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11주기 기억식’에 불참했다. 대신 울산에 갔다. 전통시장에서 시민들이 사진촬영을 요청하자 무척 즐거워했다고 한다.

이후에도 종횡무진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이코노미스트와 인터뷰하고, 대형 교회에 가서 부활절 예배를 봤다. 주한미군 기지를 찾아 “예비역 육군병장”임을 과시했다. 권한대행으로선 46년 만에 처음으로 국회 시정연설에 나섰다. 연설 도중 방청석을 올려다보며 애드리브도 구사했다. “(첨단산업 투자는) 방청석에 와 있는 젊은 세대, 청년을 위해 절실한 투자”라면서.

손영택 총리실 비서실장이 28일 사표를 냈다. 한덕수의 사퇴와 출마 선언도 임박한 것 같다. 그는 무슨 명분으로 선거판에 뛰어들려 하는가.

한덕수 측이 세우고 있다는 선거 전략을 보자. 우선 ‘탈(脫)정치’다. “기성 정치권의 문제로 적대와 갈등 중심의 정치를 들면서 국민이 기존 정치를 극복하길 바란다는 점을 강조”(경향신문)하려 한다는 것이다.

정치는 “사회적 가치의 권위적 배분”(데이비드 이스턴)으로 정의된다. 그만큼 고난도의 종합 기예(技藝)다. 선출직 정치인은 고도의 전문직이다. 대통령은 그중에서도 가장 유능하고 숙련된 정치전문가여야 한다. ‘초짜’ 정치인들이 탈정치, 탈여의도 운운하는 건 사실 정치를 모르고, 자신도 없어서다. 윤석열도 정치를 안 하고 못해서 실패의 길로 접어든 것 아닌가.

탈정치는 듣기엔 그럴듯해 보이지만, 정치혐오·반(反)정치의 다른 이름일 뿐이다. 대통령이 되겠다면서 탈정치를 외치는 건 앞뒤 안 맞는 궤변이다.

한덕수는 임기를 3년 단축하고 4년 중임제 개헌을 이뤄내겠다는 공약도 검토 중이라고 한다. 대통령 임기는 고무줄이 아니다. 맘대로 늘렸다 줄였다 할 수 없다. 더욱이 한덕수는 헌법에 대해선 입도 뻥긋할 자격이 없다. 그는 12·3 내란을 일으켜 파면된 윤석열 정권의 2인자이다. 주권자가 요구하는 대통령 탄핵은 외면한 채 여당 대표이던 한동훈과 국정 운영을 짬짜미하겠다며 위헌적 ‘대통령 놀이’를 했던 인사다.

권한대행이 된 후엔 국회가 선출한 헌법재판관 후보자 3인의 임명을 거부했다. 탄핵 기각 후 복귀해서는 내란 동조 의혹을 받는 ‘윤석열의 친구’ 이완규 법제처장을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걸어다니는 위헌’ ‘살아 숨쉬는 위헌’이라는 비판이 결코 과하지 않다. 헌법 69조가 규정한 대통령 취임선서는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로 시작한다.

한덕수는 거부권(재의요구권)을 즐겨 쓴다. 29일 국무회의에서도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한다. 권력자에게만 거부권이 있는 건 아니다. 지난 26일 공개된 KBS 여론조사를 보면, 한덕수 출마 반대가 70%로 출마 찬성 23%보다 세 배 많았다. 같은 날 공개된 MBC 여론조사에서도 출마 반대(60%)가 찬성(32%)을 압도했다(이상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웹사이트 참조).

주권자는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12·3 계엄 이후 한덕수가 해온 일을 알기 때문이다. 그래도 출마하겠다면 막을 길은 없다. 참모들이 미리 나가 ‘세팅’해주길 바라지 말고, 당장 떠나라. 국정과 민생은 한가하지 않다. 늘 ‘긴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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