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포항 스틸러스에 코리아컵 우승컵을 안긴 베테랑 골잡이 김인성(35)은 “깜빡했네요”라고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그는 3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코리아컵 결승전에서 울산 HD와 1-1로 맞선 연장 후반 7분 결승골을 터뜨린 직후 그라운드를 가로 지를 정도로 요란했던 세리머니가 뒤늦게 떠올랐다. 김인성은 2016년부터 2021년까지 울산에서 뛰었던 선수다.
김인성은 울산을 3-1로 꺾은 뒤 코리아컵 결승전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돼 기자회견에 참석해 “원래 몸담았던 팀에는 골 세리머니를 자중해야 하는데 이번 골은 그 생각을 못했다. 축구하면서 넣었던 골 중 가장 감격스럽고 벅차오르는 감정이었다. 기분 좋은 승리였다”고 말했다.
사실 김인성이 연장까지 가는 이 치열한 혈투에서 가장 빛날 것이라고는 예상하기 쉽지 않았다. 1989년생으로 베테랑인 그는 선발보다 교체로 뛰는 빈도가 늘어났다. 올해 정규리그에선 28경기를 뛰면서 2골 1도움을 기록한 게 전부다.
김인성은 이날 경기에서도 벤치에서 시작했지만 후반 38분 정재희 대신 교체 투입돼 연장 후반 7분 승리를 결정짓는 한 방을 터뜨렸다. 팀 동료인 김종우가 왼쪽 측면에서 올린 크로스를 반대편에서 과감하게 달려들어 머리로 해결짓는 작품이었다. 박태하 포항 감독은 “김인성이 결정적인 순간에 중요한 골을 넣어 멋지게 마무리해줬다”고 칭찬했을 정도다.
김인성은 “밖에서 몸을 풀면서 많이 준비했다. 감독님이 기회를 주셨기에 골이 나온 것”이라며 “많은 팬들이 응원해줬다. (옛 소속팀이라는 사실과는 별개로) 라이벌전이라 다른 경기보다 이기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들어가서 득점하고, 포항이 이겨서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이 순간이 감격스럽고 기쁘다”고 말했다.
김인성은 자신에게 최고의 순간을 안긴 김종우에 대한 감사도 잊지 않았다. 김인성은 “뭐든지 다 해주고 싶은 마음이다. 포항 다시 내려가면 맛있는 것 많이 사주고 싶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