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8일 서울성모병원의 신생아 집중치료실을 찾았다. 이곳은 지난 9월 국내에서 처음 자연 임신으로 다섯 쌍둥이를 낳은 김준영·사공혜란씨 부부의 아이들인 새힘이·새찬이·새강이·새별이·새봄이가 치료를 받는 곳이다. 900g으로 태어난 첫째 새힘이는 어느덧 2.1㎏까지 성장해 퇴원을 앞두고 있다. 윤 대통령은 현장 의료진을 만나 “고위험 신생아의 생명을 살려내는 모습을 보고 취임한 이후 가장 큰 감동을 받았다”며 “저도 칠삭둥이로, 2.3㎏ 이른둥이로 태어났다. 그래서 아이를 보는 마음이 더 각별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이른둥이(임신 기간 37주를 못 채우고 태어나거나 체중이 2.5㎏에 미달하는 출생아)를 만난 건 작년 기준 2만 8000여명에 달할 만큼 이른둥이 출산이 늘었기 때문이다. 세상의 빛을 조금 먼저 봤다는 이유로 장기간 입원해야 하는 아이들의 의료비는 출산 가족에게 큰 부담으로 꼽혀왔다. 이와 반비례해 낮은 수가와 출산율 하락으로 고위험 산모를 다룰 산부인과 의사 수는 현저히 줄어가고 있다. 이날 윤 대통령과 만난 서울성모병원의 홍수빈 산부인과 교수는 “(산부인과) 의사들에 대한 보상이 굉장히 부족하고 산과를 전공하는 의사들이 계속 감소하고 있다”며 목메어 말했고, 윤승규 병원장은 “현재 국내에서 고위험 산모를 다룰 수 있는 의사는 90여명에 불과하다”고 호소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집중치료실 방문 뒤 성모병원에서 열린 의료진과의 간담회에서 이른둥이 출산과 치료, 양육 전 과정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아이들이 건강하게 태어나고 자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국가와 사회의 가장 기본적인 책무”라며 “정말 비용이 많이 들더라도 아끼지 않고 일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른둥이를 비롯해 신생아와 고위험 산모 집중 치료실에 대해 보상을 아주 강화하겠다. 1.5㎏ 미만 소아 대상 수술과 같은 고난도 의료에 대해서는 수가를 인상해 의료진에게도 힘을 실어드리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개혁에도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며 “의료 인력 확충,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지역 필수의료 강화 등에 5년간 30조원 이상을 투입해 의료 분야 전반을 확실하게 개혁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유혜미 대통령실 저출생수석은 오후 후속 브리핑에서 이른둥이에 대한 의료비 지원을 2배 인상(1000만원→2000만원)하고, 고위험 산모와 신생아를 전문적으로 치료할 의료기관인 중앙 중증 모자의료센터 두 곳의 신설 계획을 밝혔다. ▶권역별 분만의료기관 간 네트워크 구축 ▶신생아·고위험 산모 의료행위 보상 강화 ▶이른둥이 건강 관리 사업 전국 확대 등의 지원책도 함께 공개했다.
대통령실은 배우 정우성씨의 혼외자 출산으로 사회적 논의의 대상이 되고 있는 ‘비혼 출산’에 대해 “모든 생명이 차별 없이 건강하게, 행복하게 자랄 수 있도록 어떤 면을 지원할 수 있을지 앞으로 더 살펴봐야 할 부분”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비혼 출산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 관련 질문에 “사회적 차별이라든지, 여러 제도로 담을 수 없는 부분이 있다”며 “한부모 가족이나 어떤 여러 상황이 있어서 태어난 아이 한 명 한 명을 국가가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보호하겠다는 정부의 철학이 있기 때문에 혹시라도 빠진 부분이 있으면 보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