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안84, 뉴욕 어떻게 뚫었지? 해외 7대 마라톤 이렇게 간다

2025-11-12

JTBC 서울마라톤(제마)이 끝난 지도 열흘이 넘었습니다. 근육통도 가라앉았고, 완주 후 들떴던 마음도 차분해졌습니다. 완주를 넘어 개인 최고 기록을 세웠다는 기쁨은 잠깐이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은 후련하면서도 허전합니다. 허전한 마음이 조금 더 큰 것 같습니다.

다른 러너는 어떤지 궁금합니다. “다시는 마라톤 하나 봐라”라며 도리질하는 사람도 있겠지요. 하지만 대개의 러너는 다음 달리기를 벼르고 있을 터입니다. 오늘 바로 이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달리기 다음의 달리기.’

혹시 런 트립(Run trip)을 아시는지요. 달리기가 유행한 뒤로 널리 쓰이는 말입니다. 여행 간 김에 뛰든, 뛰러 간 김에 여행을 하든 다 런 트립입니다. 낯선 환경을 달리는 건 정말 색다른 경험입니다. 우리 동네를 벗어나 달리기만 해도 가슴이 벅차오르는데, 외국의 유명한 공원이나 러닝 명소를 달린다면, 나아가 명성 자자한 대회에 출전한다면 어떤 기분일까요? 뉴욕마라톤을 뛴 기안84처럼, 요즘 수많은 러너가 세계 7대 마라톤 참가를 버킷 리스트로 꼽습니다.

어쩌다 42.195㎞는 마지막 순서로 세계에 어떤 마라톤 대회가 있고 또 어떻게 참가할 수 있는지 알려드립니다. 아울러 트레일 러닝, 다시 말해 산악 달리기의 세계도 소개합니다. 로드 러닝을 즐기다가 트레일 러닝으로 넘어가는 게 요즘 트렌드랍니다.

동네 공원이든 구불구불 산길이든 이국적인 외국 도시든 세계 최고 권위 대회든, 어디라도 뛴다는 건 멋진 일입니다. 5분도 좋고, 1㎞도 좋습니다. 숨이 차도록 달려보십시오. 이 복잡하고 어지러운 세상에서 달리기만큼 자신을 온전히 느끼는 경험도 없습니다. 내 심장이 뛰는 소리를 들어보십시오.

겨울을 피해 남반구를 달리다

저는 여행기자입니다. 국내외 여행지를 취재하는 게 일상입니다. 출장을 가면 종일 바쁜 일정을 소화해야 해서 늘 ‘긴장 모드’입니다. 달리기를 시작한 뒤로는 새로운 루틴이 추가됐습니다. 이른 아침이나 일정을 마친 뒤 잠깐이라도 조깅을 하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2022년 처음 달리기를 해본 외국 도시는 스페인 마드리드였습니다. 숙소 근처에 ‘엘 레티로 공원’이 있었습니다. 여명 무렵 공원에 갔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태릉선수촌을 방불케 할 만큼 공원이 러너로 북적였거든요. 저도 그 틈에 끼어 공원을 한 바퀴 달리며 우아한 옛 왕궁 정원을 만끽했습니다. 숙소까지 왕복 거리가 딱 5㎞였습니다.

이후에도 여러 나라에서 달려봤습니다. 러닝 문화가 보편화한 유럽과 북미는 어느 도시든 뛸 만한 공원이 많았고, 인도네시아·세이셸 같은 열대 국가도 덥긴 해도 쾌청한 하늘과 바다를 벗 삼아 뛸 수 있었습니다. 어디서든 신발끈 묶고 뛰기만 하면 부유하는 관광객이 아니라 현지인의 일상으로 틈입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달리기 하나로 여행의 질이 달라졌습니다.

2023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는 러닝 동호회와 함께 달려보기도 했습니다. ‘밋업(Meetup)’이라는 취미 공유 앱을 봤더니 새벽에 함께 달린 뒤 커피를 마시는 모임이 있었습니다.

오전 5시 ‘데저트 블룸 공원’으로 갔습니다. 휘황찬란한 라스베이거스 중심가와 달리 주택가의 작은 공원은 적요에 잠겨 있었습니다. 약 스무 명이 모여 몸을 풀고 8㎞를 달렸습니다. 개와 함께 달리는 주민도 있었고, 미국 동부에서 출장 왔다는 외지인도 있었습니다. 달리기를 마친 뒤 커피 홀짝이며 담소를 나눴고, 곧 트레일 러닝 대회에 나간다는 러너를 응원해 주기도 했습니다. 밋업에는 이처럼 무료 러닝 모임이 많으니 활용해 보시길 권합니다. 외국어를 못 한다고요? 괜찮습니다. 달리기가 만국 공통어니까요.

2025년 2월 호주에서의 달리기도 잊지 못합니다. 먼저 남부 도시 애들레이드에서 안양천과 비슷한 토렌스 강변을 달렸습니다. 남반구 도시여서 아직도 겨울인 한국과 달리 날씨가 온화했습니다. 강변에 유칼립투스가 우거져 코가 뻥 뚫리고 폐가 정화되는 기분이었습니다. 가볍게 조깅만 하려다 15㎞를 달렸습니다.

시드니도 환상적이었습니다. 오페라하우스 근처 인터콘티넨털 호텔에 묵었는데, 호텔 로비에 조깅 코스를 안내하는 쪽지와 생수·물수건이 놓여 있었습니다. 시드니가 달리기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 수 있더군요. 7㎞ 코스를 달려봤습니다. 하버브리지 아래를 지나 오페라하우스를 끼고 달렸습니다. 달리면서 바라본 풍경이 압도적이었습니다. 제가 뛴 코스가 시드니 마라톤 대회 코스와 겹친다는 걸 나중에 알았습니다. 시드니 마라톤은 2024년 세계 7대 마라톤 대회로 승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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