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가 2050년까지 해운 산업 탄소 중립을 실현하기 위해 탄소세 등 각종 규제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선박의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는 가능한 대안은 연료 저감장치 부착이나 LNG·바이오연료 등의 사용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2050년까지 해운업의 탄소 중립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무탄소 그린연료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
무탄소 그린연료는 기술적으로는 생산이 가능하지만 대량생산에는 상당한 장애에 직면하게 된다. 현재 세계 무탄소 연료 생산량은 전체를 합쳐도 100만 톤 정도밖에 되지 않으며 이 중 해상운송용으로 사용 가능한 규모는 2030년이 돼도 3만 톤도 되지 않는 상황이다.
무탄소 연료인 그린메탄올(e메탄올)과 그린암모니아(e암모니아)는 그린수소(green hydrogen)를 기반으로 생산한다. 그린수소는 일반 전력이 아닌 재생 전력(태양광·풍력)을 사용해 물을 전기분해해 만들어야 한다. 그린메탄올은 그린수소와 재생 가능한 방식으로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결합해 생산한다. 그리고 그린암모니아는 그린수소와 공기 중의 질소를 합성해 생산한다.
2050년까지 필요한 수송 에너지를 모두 그린메탄올로 충족한다면 약 8억 톤의 그린메탄올이 필요하고 그린암모니아로 모두 충족한다면 8억 5900만 톤의 그린암모니아가 필요하다. ABB에서 분사한 스위스 엑셀러론사에 따르면 이 규모의 그린메탄올과 그린암모니아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그린수소가 각각 1억 톤과 1억 5200만 톤이 필요하다고 한다.
문제는 그린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재생 전력의 확보다. 새로운 전용 친환경 발전소에서 전력이 공급돼야 한다. 엑셀러론사에 따르면 그린수소 생산을 위한 재생 전력 인프라에 해운 업계가 투자해야 할 금액은 수조 달러(약 1조~3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국제해사기구(IMO)는 지난달 국제 해운에 탄소세를 도입하는 내용의 넷제로 프레임워크 채택 결정을 1년 연기했다. 국제 항해 선박이 온실가스 집약도(GFI) 감축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초과 배출한 온실가스에 비례해 부담금을 내도록 하는 것이 이 조치의 핵심 내용이었다. 결정이 지연되면서 IMO가 수립한 탈탄소 계획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고 국제사회가 해운 산업에 대한 탄소 중립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 친환경 무탄소 시대를 준비해야 하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그러나 친환경 연료 사용 시 화주가 비용을 부담하는 시스템이 구축돼 있지 않고 IMO나 유럽연합(EU) 등 국제사회가 그린수소 생산에 대한 인센티브 등 지원을 표명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해운 산업이 독자적으로 그린수소 생산에 필요한 인프라를 위해 막대한 규모의 자금을 확보하는 것은 어려운 상황이다.
최근 정부는 2035년까지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53~61%로 확정했다. 정부는 재생에너지를 확대하고 산업·수송 부문별로 각종 재정 정책과 세제를 통해 그 이행 방안을 지원할 계획이다.
친환경 시대 탄소 절감 대안의 하나는 정부가 그린수소가 필요한 여러 산업 공동의 탈탄소 정책을 세우는 일이다. 그린수소는 해운·항공의 무탄소 연료 기반이며 동시에 철강·비료·시멘트 산업 등의 미래 신에너지이기 때문이다. 산업 전체가 필요로 하는 그린수소 수요에 부응할 수 있는 규모로 재생 전력 인프라 투자가 이뤄진다면 산업별 투자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재생 전력으로 우리 산업 전체가 필요로 하는 그린수소 생산이 가능하냐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그래서 또 다른 무탄소 에너지원인 소형모듈원전(SMR)을 사용한 그린수소 생산 전략도 함께 고려해야 할 것이다. 국가 차원에서 종합적으로 우리 산업이 필요로 하는 공동의 탈탄소 인프라 투자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