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은 11일 가진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특유의 자신감을 보였다. 거의 모든 국정 분야를 훤히 꿰뚫고 있었고, 중간중간 위트까지 섞어 설명하는 융통성도 보였다.
듣는 국민들 입장에선 대통령의 명쾌함이 우선 합격점에 들었을 것이다.
출발 100일은 그다지 긴 시간이 아니다. 더구나 갑작스럽게 이관받은 대통령직은 모든 것이 불안정한 혼돈 그 자체였을 것이다. 이 대통령도 국민들이 다 보고, 느낀 지난 100일간의 소회 보다는 “남은 4년9개월은 도약과 성장의 시간”이라고 방점을 찍어 말한 것도 같은 연유로 보인다.
지난 6월4일 임기 시작 당일부터 천명해온 실용주의는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키워드였다. 대표적인 것이 정부 철학에 갇혀 주식시장에서 반발하는 양도소득세 부과 대주주 기준 하향 문제를 고집하지 않겠다고 밝힌 대목이다. 이 대통령은 “현 50억원 기준을 반드시 10억원으로 내려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주식시장에 장애가 된다면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인공지능(AI) 확산과 데이터센터 전원용 원자력발전소(원전)를 늘려야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탈원전' 보다는 '시간·입지적 제약'을 들어 분명히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원전을 짓는데 최하 15년이 걸리고 지을 곳 또한 현재 한 곳 밖에 없다”고 밝혔다.
실용적 관점에서 풀이하자면 원전은 더 짓고 싶어도 불가능하니, 그 대안으로 신속하게 대규모 전력을 만들어 공급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를 쓰겠다는 대안 제시인 것이다.
누차 밝혀왔듯 대미 관세 협상이나 복잡하게 전개되는 한반도 주변 외교 이슈를 풀어가는데서도 국민주권과 함께 '실용'을 최우선 가치로 펴나가겠다고 천명했다. 이 대통령은 “당당한 실용외교로 세계에서 우뚝 서고 국민의 평화로운 일상을 지켜내겠다.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를 위한 노력도 지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자주 언급하는 말에 따르면 앞으로 대통령으로서 역할 할 수 있는 1726일은 우리 국민의 날짜로 따지면 897억5200만일이란 어마어마한 가치를 갖는 긴 시간이다. 이 시간 동안, 국내외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고, 우리나라에 유·불리 어느쪽이 물릴지 아무도 모른다.
취임 100일에 보여준 대통령의 자신감과 열의가 꾸준히 계속되길 바란다. 또 남은 4년 9개월 임기동안 목표로 제시한 국가 도약과 성장이 잘 이뤄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