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소득세 회피' 자산가 인기 끌자 철퇴…6조 시장 사라진다

2025-01-16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정부의 이번 해외 주식형 토털리턴(TR) 상장지수펀드(ETF) 규제로 6조 원에 이르는 해당 시장이 사실상 사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기존 해외 주식형 TR ETF가 분배금을 나눠주고 소득세도 내게 하는 가격리턴(PR)형 상품으로 변모하면서 시장 선두 주자였던 삼성자산운용이 일부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재 국내 증시에 상장된 해외 주식형 TR ETF는 총 5종으로 15일 기준 순자산 총액만 ‘KODEX 미국S&P500TR(3조 5338억 원)’ ‘KODEX 미국나스닥100TR(1조 7478억 원)’ ‘TIGER 미국S&P500TR(H)(3517억 원)’ ‘TIGER 미국나스닥100TR(H)(2263억 원)’ ‘SOL 미국배당다우존스TR(354억 원)’ 등 총 5조 8950억 원에 달한다. 같은 날 기준으로 ETF 총 순자산이 177조 7583억 원인 점을 감안하면 전체의 3.3%를 차지한다.

그간 각 자산운용사들은 이들 ETF가 해외 주식 투자로 얻은 분배금을 그대로 재투자하면서 납세 없이 큰 복리 효과를 누릴 수 있는 퇴직연금 상품이라며 빠르게 자금을 끌어모았다. 재투자로 미뤘던 분배금에 대한 배당소득세 과세가 ETF 매도 시점에 한꺼번에 이뤄지다 보니 연간 금융 소득이 2000만 원을 초과하는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들의 절세 수단으로 인식되기도 했다.

이에 기획재정부는 이 ETF의 존재 자체가 해외 주식 투자 관련 배당소득세 납부를 회피하려는 꼼수라고 판단했다. 기재부는 소득세법 시행령에 ‘국내 ETF’만 이익금 분배 유보 대상으로 새로 명시해 사실상 현존 해외 주식형 TR 시장의 해산을 결정했다. 지난해 말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로 시장 청산의 위기를 넘기는가 했지만 과세 당국의 화살을 끝내 피하지 못했다. 이번 시행령 개정에 따라 기존 해외 주식형 TR ETF들은 올해 7월 1일 배당분부터 재투자하지 않고 투자자들에게 나눠주게 됐다.

현 소득세법 시행령은 원칙적으로 모든 펀드가 설정일부터 매년 한 번 이상 의무적으로 결산·분배하게끔 한다. 분배 의무에서 예외로 인정받는 경우는 △손실을 본 펀드 △지수 구성 종목을 교체하거나 파생상품에 투자한 펀드 △투자자산의 매매·평가이익 등뿐이다. 각 자산운용사들은 TR ETF의 배당금 전액 재투자가 이 가운데 ‘지수 구성 종목 교체’에 해당한다고 보고 납세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기존 해외 주식형 TR ETF들이 조만간 모두 다른 상품과 차별성이 없는 PR 형태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면서 재투자용 자산을 배당금으로 지급하고 투자자들이 이탈하는 과정에서 전체 시장의 89.6%를 차지하는 삼성자산운용도 일부 악영향을 입을 수 있다고 봤다. 삼성운용의 해당 ETF 순자산 총액은 15일 기준 5조 2816억 원으로 전체 운용 순자산(68조 4801억 원)의 7.7%에 해당한다. 2위 운용사인 미래에셋자산운용(63조 4755억 원)과의 격차(5조 46억 원)보다 많은 수치다. 삼성운용은 지난해 해당 ETF 2종의 수수료를 연 0.05%에서 0.0099%로 낮추면서 업계 전체 출혈 경쟁을 부추긴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A운용사의 한 고위 관계자는 “기재부가 시행령 예외 규정을 근거로 세금을 안 내던 TR ETF의 관행을 바로잡으려는 것”이라며 “PR 상품으로 바뀌면 차별성은 잃겠지만 삼성운용의 수수료가 워낙 낮아 당장 업계 판도에 미치는 영향은 작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운용 관계자는 “입법 과정에서 논의되는 내용 등을 고려해 투자자에게 유익한 방향으로 기존 상품 유형 등의 변경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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