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금융지주는 지난 2분기 1조7384억원의 순이익을 올리며 사상최대 기록을 새로 썼다. 지주 순이자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3.71% 줄어들었다지만, 무려 3조1065억원을 기록했다. 하나금융지주도 같은 기간 1조 1733억원 순이익을 냈다. 2012년 외환은행 인수때 일회성 이익 반영을 빼면 사상최대 이익이다.
다른 대형 금융지주도 대동소이한 흐름이다. 장기 불황에 돈을 빌려야만 유지되는 곳이 많아지다 보니 저금리 속에도 사상최대 실적 잔치가 벌어졌다.
대통령까지 나섰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금융권의 이자수익 확대와 다른 분야에 비해 누리는 호황을 '이자놀이'라는 말로 직격했다. 그러면서 “(금융권이) 손쉬운 주택 담보대출 같은 이자 놀이에 매달릴 게 아니라 투자 확대에도 신경 써주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금융권이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앞서 KB지주가 2분기 실적 보도자료를 내면서 이전에는 그닥 신경쓰지 않았던 한 줄을 앞부분에 넣었다. 바로, '이자이익은 줄었지만, 분기 최초로 순수수료이익이 1조원을 돌파했다'는 설명이다. 누가 보더라도 사족인 이 구절은 왜 들어갔을까.
금융권이 불어나는 이익을 스스로 부담스러워하기 시작했다. 금융당국 또한 이 대통령의 주문을 받고는 가만히 앉아서 금융권의 돈잔치를 두고볼 수 없게된 것은 마찬가지 처지다. 우리 금융업이 기업과 멀어지고 보수적였던 데는, 금융당국의 안전성 강화가 분명히 한 몫했기 때문이다.
금융권이 앞으로는 예대마진이란 깔려진 판을 벗어나 인공지능(AI) 같은 혁신산업과 벤처·스타트업 처럼 리스크분야에도 자금을 투입하기로 했다. 늦은 감은 있지만, 진즉 벌이고 나섰어야할 시도다.
물론, 벌써 이렇게 하려고 했더라도 법·제도가 가로막는 측면 또한 분명히 존재했다. '금산분리'라는 우리 경제 대원칙에서부터 태생부터 관치금융으로 시작된 데서 알수 있듯이, 회계·감독기준 등이 이런 시도 자체의 싹을 없애온 것이 맞다.
이제부터라도 우리나라 금융 지주나 회사들이 투자수익을 당당히 공표하고, 그 성과를 산업계와 공유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나아가, 금융 회사들의 자체 밸류에이션 기능과 역할을 제대로 살려 우리 기업들이 대외 투자유치에 있어 더이상 불이익이나 차별을 받지 않도록 산업 구조를 업그레이드할 필요가 있다.
이같은 도전적 투자로 얻은 이익은 우리 경제 가치로 바로 연결된다. 국내 자본시장에서부터 우량 K-상장사들이 제대로 평가 받는다면, 해외 투자자들이 보는 한국 금융·자본시장의 가치는 더 올라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