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국민은행의 '애니멀 스피릿'

2025-02-25

'세련된' 한 우물 파기. KB국민은행을 보며 든 생각이다. 최근 국민은행의 움직임은 '말' '결심'이 난무하는 업권 속에서 '내용물'을 유심히 들여다보게 한다. 보수적인 금융권에서 내용물이 있다는 것은 끈질기면서도 소란스럽지 않게 행동했다는 뜻이다.

국민은행은 오는 4월 삼성금융네트웍스 통합앱 모니모 입출금통장인 '모니모 KB 매일이자 통장'을 선보인다. 지난해 6월 삼성금융과 관련 협약을 맺은 지 약 10개월 만에 내놓는 결과물이다. 만 17세 이상 개인 고객을 대상으로 하루 잔액 200만원까지 최대 연 4.0% 금리를 제공한다.

현재 수시입출금통장 금리가 3%대 초반 수준임을 감안하면 금리 조율, 결정 등에서 고심이 깊었을 것으로 보인다. 최초 협약으로부터 상품 도출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 이유일터다. 이번 통장은 인터넷은행 흥행을 이끈 '매일이자받기' 서비스도 도입, 하루만 자금을 넣어도 이자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 상품은 작년 9월엔 혁신금융서비스로도 지정됐다.

국민은행이 그 무거운 '리딩뱅크' 무게를 가볍게 쳐내가며 콧대 높고 급할 것 없는 삼성금융을 상대로 히트상품을 만들어내기 위해 적극적이고도 바지런히 움직였다는 방증이다. 실제 작년 6월 업무협약 당시 이재근 전 행장은 은행 임원들과 직접 서울 중구 삼성 본관으로 달려가 김대환 삼성카드 사장 등을 만나 협약식을 진행했다.

지난해 연말을 앞두고선 스타벅스에 먼저 손 내밀었다. 그 결과물로 국민은행은 올해 1분기 내 스타벅스 앱에 오픈뱅킹 기반 계좌 결제 수단을 제공하고, 또 은행권 처음으로 '스타벅스 전용 통장'을 출시한다. 스타벅스와의 협력은 톱다운 방식이 아닌, 국민은행 관련 부서 직원들이 직접 아이디어를 내고 스타벅스에 제안해 진행된 경우다.

당시 만난 국민은행 관계자는 "20대 젊은 고객을 1명 더 확보하는 건 생각보다 엄청 어려운 일이다. 스타벅스와 제휴한다고 해서 당장 큰 수익이 나는 것은 아니지만, 미래 잠재 고객을 조금이라도 더 늘리기 위해 무엇이라도 해야 했다"고 말했다.

리딩뱅크라고 해서 삼성금융, 스타벅스와 손잡는 데 수월했을 리 만무하다. 오히려 대형사끼리의 협력인 만큼 상품명에서부터 혜택 조건, 기간 등 세부사항을 정하는 데 더 까다롭고 지리했을 것이다. 주목할 점은 국민은행이 기존 업권의 범위를 넓혀 새로운 수익원을 만들어내는 것을 주저하지 않은 데 있다. 그야말로 은행업의 본질적 과제인 '고객 늘리기', 그 '한 우물 파기'의 좋은 예라 할 만하다.

어떤 방식의 성장 전략을 펼칠지는 결국 조직의 '애니멀 스피릿' 영역이다. 이종업과의 협력 사례가 늘어나는 요즘, 트렌드 잣대를 들이대면 '한 우물 파기'는 다소 촌스러워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개연성 없는 무리한 사업이나 기반이 갖춰지지 않은 신사업보다 훨씬 장래성이 큰 성장 방식이다. 애니멀 스피릿을 가지고 한 우물을 의미 있게 파는 것. 은행권 새 동력에 대한 얘기가 덜 들리는 요즘, 경영자들이 한 번쯤 참고해볼 만하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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