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렉섬(Wrexham)은 영국 웨일스 북동부의 인구 4만4785명(2021년 기준) 소도시다. 이곳 연고 축구팀 렉섬 AFC에 전 세계 축구 팬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렉섬은 2일(한국시간) 열린 2024~25시즌 잉글랜드 프로축구 리그원(3부) 원정경기에서 케임브리지 유나이티드와 2-2로 비겼다. 23승9무8패(승점 78)의 렉섬이 현 순위(2위)를 유지하면 1위 버밍엄시티(승점 89)와 함께 다음 시즌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으로 승격한다. 시즌 6경기를 남겨둔 현재 렉섬은 3위 위컴(승점 75)에 승점 3차로 앞섰다.
1864년 창단해 세계에서 세 번째로 오래된 축구팀 렉섬은 불과 3년 전까지 세미프로인 내셔널리그(5부) 소속이었다. 2022~23시즌 내셔널리그에서 우승해 리그2(4부)로 승격했고, 2023~24시즌 리그2에서 준우승해 리그1에 올랐다. 만약 이번에 챔피언십으로 승격할 경우 프리미어리그(EPL)까지 한 계단만 남겨둔다. 5부리그 팀이 3년 만에 1부리그까지 넘보는 셈이다.

렉섬이 주목받는 이유는 또 있다. 영화 ‘데드풀’의 주인공이자 배우 스칼릿 조핸슨의 전 남편인 캐나다 배우 라이언 레이놀즈(48)가 공동구단주다. 레이놀즈는 2020년 배우 롭 매커헤니(47)의 꼬드김으로 렉섬 지분을 인수했다. 축구 다큐멘터리 ‘죽어도 선덜랜드’를 본 게 결심에 영향을 미쳤다. 레이놀즈의 인수 당시 200만 파운드(약 38억원)였던 렉섬의 구단 가치는 현재 1억 파운드(약 1900억원)로 뛰었다. 지난 1일 구단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은 2670만 파운드(508억원)로 전년 대비 155% 성장했다. 챔피언십으로 올라가면 중계권 수입으로만 150억원을 받는다.
구단의 급성장은 역시 세계적 인기 덕분이다. 매출의 52.1%가 북미에서 나왔다. 시즌4 개봉을 앞둔 디즈니플러스의 다큐멘터리 ‘웰컴 투 렉섬’의 세계적 흥행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할리우드 스타가 노동자 팬이 중심인 축구단을 인수해 운영하는 스토리다. 레이놀즈와 렉섬 구단의 사연 그 자체다. 작품성도 인정받아 지난해 프라임타임 에미상 리얼리티 부문 5관왕을 차지했다. 구단 소셜미디어 팔로워는 300만(합계)에 육박한다. 유나이티드 항공과 HP 등이 스폰서로 나섰고, 선수들은 최근 라커룸에서 커피 광고도 찍었다.

중심 선수는 렉섬에서 가까운 리버풀 유스팀 출신 공격수 폴 멀린(31)이다. 자폐 스펙트럼 아들을 둔 멀린은 리버풀 집에서 가족과 지내고 싶어했다. 렉섬은 이 점을 공략해 영입했고, 리그2 득점왕이었던 그는 기꺼이 하부리그(내셔널리그) 팀으로 이적했다. 멀린은 구단주 레이놀즈와 함께 영화 ‘데드풀과 울버린’에도 출연했다. 렉섬은 늘어난 수입으로 전 선덜랜드 공격수 스티븐 플레처, 아스널 골키퍼 아서 오콘코 등 EPL 출신 선수도 영입했다.

미국프로풋볼(NFL) 스타 쿼터백 톰 브래디도 렉섬이 속한 리그원 선두인 버밍엄시티 구단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버밍엄시티-렉섬 경기는 북미 스타 주주의 맞대결이라는 점에서 ‘할리우드 더비’로 불린다. 렉섬 구단주가 되면서 돈과 명성을 더욱 늘린 레이놀즈는 내친김에 메이저리그(MLB)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투수 저스틴 벌렌더 등과 콜롬비아 프로축구팀을 인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