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반도체 연구
🧾목차
1. TSMC 창업자 돌려세운 ‘수율’
2. 레시피가 익어가는 축적의 시간
3. 목마른 TSMC는 ‘생태계’ 우물을 팠다
4. 워라밸 나라의 삼무원
5. 삼성 파운드리를 어찌하리요
체크! 파운드리 레슨
✔️ ‘빠른 인정’이 수율 해결 첫 걸음이다
✔️ AI 칩에서 수율은 더 중요하다
✔️ 약점을 알아야 생태계 키운다
1. TSMC 창업자 돌려세운 ‘수율’
2009년 7월, 78세의 모리스 창 TSMC 최고경영자(CEO)는 10년지기 젠슨 황 엔비디아 CEO에게 e메일을 보냈다.
약간의 짜증 섞인 답장이 날아왔다. “두 회사의 분쟁이 이렇게 심각한데, 샐러드와 피자만 먹는다고요? 사업 얘기는 언제쯤 하고요?”
창 CEO는 즉시 답신했다. “6시30분에 가서 당신 가족과 샐러드와 피자를 먹은 뒤, 8시에 서재에서 사업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7월 15일 6시30분 피자, 8시 서재. 약속은 정시에 진행됐다. 1년 이상 끌어온 양사의 분쟁은 TSMC가 엔비디아에 수억 달러의 보상금을 지급하는 조건으로 합의에 도달했다. 창 박사가 지난해 출간한 자서전에 공개한 일화다.
은퇴했던 창업자가 78세 나이로 4년 만에 경영 복귀해 해결해야 했던 문제. 바로 ‘TSMC 파운드리 40나노(㎚ㆍ10억분의 1m) 수율 불량’이었다.

15만원.
지름 300㎜(12인치), 두께 0.775㎜, 무게 125g의 로직 칩용 실리콘 웨이퍼 1장(박막 등 전처리 이전)의 대략 가격이다.
3000만원.
엔비디아 인공지능(AI)칩 블랙웰, 애플 아이폰16 프로용 칩 A18을 찍는 TSMC 3~4나노 공정 웨이퍼 1장 가격이다.
35조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팹 하나를 짓는 데 필요한 비용이다. 항공모함 건조의 1.6배, 원자력 발전소 건설의 2.5배가 든다.
파운드리 사업을 숫자로 설명하자면 이렇다.

파운드리는 엔비디아·AMD·애플 같은 업체가 설계한 대로 실제 칩을 만들어주는 사업이다. 한국콜마가 랑콤 클렌저를, 코스맥스가 입생로랑 쿠션을 제조하는 것과 비슷하다.
웨이퍼가 파운드리 팹에서 3개월간 화학요법과 정교한 레이저 시술을 받으면 가격이 200배가 된다. 마치 복권 긁듯 실리콘을 긁어, 모래(실리콘)를 보물로 바꾸는 현대판 연금술인 셈이다. ‘긁는 데’ 35조원이 필요할 뿐.
막대한 초기 투자비용을 지불할 수 있는 기업은 세계에서 몇 안 된다. 대만이 국가적 역량을 쏟아부어 성공한 TSMC에 이어, 2017년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사업에 본격 뛰어든 건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