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름 카메라를 쓰던 시절에는 사진이 귀했다. 필름 한통으로 24장 또는 36장의 사진만 찍을 수 있기에 아꼈고, 골라서 현상할 수 없으니 모든 사진을 차곡차곡 앨범에 담았다. 이젠 스마트폰으로 어디서나 몇번이고 사진을 찍는다. 여행이라도 다녀오면 수백장씩 쌓이기 일쑤다. 도저히 정리할 엄두가 나지 않는 사진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 전문가에게 방법을 들어봤다.
◆아날로그적 감성 중시한다면 앨범으로=윤선현 베리굿정리컨설팅 대표는 “사진 관리에서 중요한 것은 보관 그 자체가 아니고, 추억으로 잘 남기는 것”이라며 “꾸준히 정리할 수 있는 자신만의 시스템을 만들고, 정리된 사진을 가끔씩이라도 들춰 볼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의 매력이 기억하고 싶은 순간을 담고 이를 곁에 두고 보는 데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앨범을 만들어보자. 윤 대표는 ‘아이 사진 정리법’으로 유명한 일본의 정리 컨설턴트 에미(Emi)가 소개한 방법을 추천했다. 우선 스마트폰·태블릿PC·컴퓨터 등에 흩어져 있는 사진을 한군데로 모은다. 모은 사진을 연도별로 폴더를 나눈 뒤 다시 월별 폴더를 만들어 옮긴다. 그러고서 남길 사진, 고민되는 사진, 버릴 사진 등 세종류로 구분한다. 버릴 사진은 삭제하고, 남길 사진 가운데 매월 11장만 선택해 인화한다. 이렇게 하면 1년마다 앨범 한권을 만들 수 있다.
이때 사진 정리는 가장 최근에 찍은 것부터 시작하는 게 좋다. 기억이 선명하기 때문에 비교적 정리하기 쉽고, 익숙해지면 옛 사진도 쉽게 정리할 수 있어서다. 윤 대표는 “한달에 11장이라는 원칙을 반드시 지킬 필요는 없다”면서 “부족하면 줄이고 특별한 행사가 있다면 더 넣는 등 자신만의 방식을 적용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최신 기술 활용해 효율적으로 관리하려면=디지털기기를 활용한 방식을 선호하는 이도 많다. 이때 핵심은 스마트폰 저장용량이 부족하지 않도록 관리하고, 안전하게 백업해 언제 어디서든 사진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
정보기술(IT) 전문 유튜버 ‘테크몽’의 사진 정리법을 참고해보자. 첫번째 단계는 여행사진 전부를 태블릿PC에 옮기는 것이다. 스마트폰보다 화면이 넓어 사진 정리가 용이하기 때문이다. 두번째는 불필요하거나 잘못 찍힌 사진을 삭제한다. 세번째는 백업이다.
백업은 두가지로 나눠 진행되는데, 어떤 디지털기기에서든 사진을 볼 수 있도록 용량을 줄여서 저장하는 한편 원본 파일은 별도의 저장공간을 마련해 정리해둔다. 테크몽은 용량을 줄여 저장할 때 쓰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으로 ‘구글 포토’와 ‘패밀리 앨범’을 추천했다. 그는 “‘구글 포토’는 장소별·인물별로 정리할 때 편리하지만 무료 저장공간이 제한적”이라며 “반면 ‘패밀리 앨범’은 사진과 영상을 무제한으로 올릴 수 있지만 사진을 날짜별로만 확인할 수 있다”고 장단점을 설명했다.
원본 파일은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해 저장하거나 외부 저장장치에 올린다. 클라우드 서비스란 인터넷상에 마련한 개인용 서버에 문서·사진·영상 등을 저장해두는 시스템으로 ‘구글 드라이브’ ‘원 드라이브’ 등이 대표적이다. 외부 저장장치로는 외장 SSD 또는 외장하드를 활용하면 된다. 외부에서 자주 사용한다면 외장 SSD, 집에서만 가끔 쓴다면 외장하드가 낫다.
함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