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난치성 뇌전증 환자에게 시행하는 ‘뇌심부자극술’은 뇌를 직접 자극하는 만큼 인지기능 저하에 대한 우려가 있었으나, 실제로는 우려된 부작용 없이 발작을 70% 이상 감소시키는 효과가 나타났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손영민 교수 연구팀은 이 같은 내용의 연구를 국제학술지 ‘에필렙시아 오픈(Epilepsia open)’에 게재했다고 13일 밝혔다. 연구진은 난치성 뇌전증 환자 22명을 대상으로 뇌심부자극술을 시행한 뇌 영역(시상전핵 12명, 해마 10명)을 달리해 평균 약 3년간 추적 관찰하며 효과와 부작용을 비교 분석했다.
과거 간질이라고도 불렸던 뇌전증은 뇌의 신경세포에 일시적인 이상이 나타나 과도한 흥분 상태가 되면서 의식 소실과 발작 등의 뇌 기능 마비 증상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질환이다. 이 가운데 2가지 이상의 약물을 써도 월 1회 이상 발작이 지속되는 난치성 뇌전증 환자 중 상당수는 뇌 절제 수술이 불가능해 이들에겐 뇌심부자극술이 가장 주요한 치료법이 되고 있다. 뇌심부자극술은 발작을 일으키는 비정상적 전기 신호가 발생한 뇌 부위를 찾은 뒤 두께 1㎜의 얇은 전극선을 꽂고 미세 전기를 흘리는 치료법으로 뇌를 안정화시키는 효과를 보이지만, 인지기능을 담당하는 뇌 영역을 자극하는 만큼 부작용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었다.
연구진은 뇌심부자극술이 어느 정도의 치료 효과를 나타내며, 인지기능 저하와 같은 부작용은 없는지 분석했다. 광범위한 전측두엽 뇌전증이 나타난 환자는 뇌의 시상전핵 영역을, 양측 측두엽 뇌전증 환자에게는 해마를 자극했다. 그 결과, 시상전핵 뇌심부자극술은 73.1%, 해마 뇌심부자극술은 76.8%의 발작 감소율을 보였다. 또한 기억력과 언어능력, 주의력, 실행기능 등 모든 인지영역에서 유의미한 저하가 관찰되지 않았다. 우울감과 불안 지수도 악화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를 통해 인지기능 저하 우려 없이 환자의 뇌전증 특성에 따라 최적의 뇌심부자극술 영역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을 3년 이상의 장기 추적관찰로 입증했다고 밝혔다. 손영민 교수는 “기억과 인지의 핵심 구조를 자극하는데도 인지기능이 보존된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이제 환자들에게 더욱 자신 있게 뇌심부자극술 치료를 권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