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판사들 '트라우마 치료'하랬더니…성탄절에 5성급 호텔 갔다

2024-10-04

대법원이 형사재판부 판사와 직원들의 트라우마 치유를 위해 도입한 ‘마음자리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일부 법관들이 이용한 숙소들이다. 주로 5성‧4성급에 해당하는 고급 호텔들인데 크리스마스 휴일 근처에 사용이 몰렸다. 별도로 형사 재판에서 받는 스트레스 치유를 위해 편성된 예산이 개인 도수치료, 캘리그라피 체험, 플라워 용돈박스 만들기 등에 쓰이기도 했다. 이에 트라우마 치유가 아니라 ‘호캉스’ 등 휴식·취미프로그램으로 변질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박준태 국민의힘 의원실이 대법원 법원행정처로부터 제출받은 ‘2021~2023년 대법원 마음자리 프로그램 운영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행정처는 지난 3년간 형사사건을 담당하는 법관과 증인지원관 등 법원 직원들의 트라우마 치유를 위해 매년 약 2억원 가량의 예산을 사용했다. ▶집중치유 ▶개인상담 ▶집단상담 등을 통해 직원들의 심리적 회복을 지원한다는 취지다. 이 중 집중치유는 1박 2일간 특정 운영장소에서 야외 활동을 통해 직원들의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프로그램이다.

그런데 ‘2021년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당해 집중치유 프로그램을 이용한 45명 중 28명이 연말인 12월에 이 프로그램을 이용했고, 이 중 20명이 크리스마스 휴일 근처인 12월 22~26일 중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소도 크리스마스 휴일 1박당 투숙비가 약 80만~110만원에 이르는 밀레니엄 힐튼 서울, 소노캄 거제 등 5성급 호텔이었다.

2022년부터는 ‘수면 회복 프로그램’ 명목으로 4성급 호텔인 정선 파크로쉬 등을 지정해 집중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했는데, 스트레스 검사‧스트레스 관리법을 비롯해 숙면 듀오볼‧폼롤러 테라피, 숙암 명상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이를 제외한 대부분은 이용자들의 자유 시간으로 활용됐다.

집중치유 프로그램 이용자는 45명(2021년)→106명(2022년)→195명(2023년)으로 매년 증가했다. 법원행정처는 2021년 최종보고서에는 집중치유 이용자들의 사용 일자를 공개했지만, 2022~2023년 최종보고서에는 따로 기재하지 않았다. 다만 지난해 집중치유 프로그램 이용자(195명)는 전문가를 통한 대면‧전화상담 이용자(62명)보다 3배 많았다.

또 판사를 포함한 법원 직원들이 참여한 집단상담 프로그램 예산은 플라워 용돈박스 만들기, 캘리그라피 체험, 네온사인 만들기(2022년)와 도수치료인 피지컬 케어, 아로마 명상 프로그램(2023년) 등에 활용됐다.

박준태 국민의힘 의원은 “형사재판부의 외상 후 스트레스를 치유하기 위한 사업이 마련되었지만, 실제로는 고급 호캉스 휴식에 예산이 낭비된 것”이라며 “심리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직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도입 취지에 부합하는 프로그램으로의 신속한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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