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꺼지지 않는 산불을 보면서 자연재해가 발생하면 우리 가족은 어디에서, 어떻게 만나지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여러분은 만날 장소가 바로 생각나시나요?
오늘은 개인과 마을에서 진행할 수 있는 제일 기초적인 매뉴얼 "우리 가족, 마을의 자연재해 대피 규칙 정하기"를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 우리 가족 피난 장소 정하기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에 통신이 끊기면서 가족끼리 어디에서 만나야 하는지, 누가 어디에 있는지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들이 발생하였습니다.
이에 일본 정부는 "가족의 피난 장소 정하기"를 캠페인으로 진행하였습니다. 그 결과, 많은 사람들이 집 주변이나 아이들의 학교가 있는 근처의 피난소를 지자체가 나누어 준 피난안내지도에서 찾아 피난 약속장소로 결정하고, 해당 약속장소의 이름, 위치를 현관문에 붙이거나 각자의 지갑에 보관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신용카드 크기의 "피난 카드"를 배포하여 이름, 주소, 피난 장소 외에도 생년월일, 긴급연락처 등을 적도록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대피할 상황이 설마 오겠어? 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딱 한번 피난 장소를 가족들과 약속해 공유해보시는 것을 어떨까요? 피난카드에 적는 긴급 연락처는 같은 지역에 사는 가족보다는 다른 지역에 거주하는 친척의 연락처를 적는 것이 유리하다고 합니다. 재해 시에는 지역 내 통신이 끊기는 경우가 많아서 거리가 가까운 가족끼리 연락이 안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므로 재해가 발생했을 때는 "00고모에게 전화한다"라는 룰을 정해서 00고모가 각자 오는 연락의 네트워크 역할을 해주도록 해야 합니다.
# 피난 타임라인 정하기
피난장소를 정하였다면 가족 간의 역할 분담과 타임라인을 정합니다. 비가 어느 정도 왔을 때 대피해야 하는지, 며칠 전부터 어떤 준비를 누가 해야 하는지에 대한 룰을 정하는 것입니다. 지진이 왔을 때 누가 무엇을 사서, 혹은 누구를 픽업해서 피난소로 집합해야하는지 등을 정해두면 더욱 좋습니다.
# 피난 장소까지의 동선 확보, 방재 마을 만들기
피난 장소와 타임라인을 정했다면 가족과 함께 집, 학교, 회사에서부터의 동선을 조사해보세요. 특히 아이들을 부모님이 픽업하기 위한 피난 동선을 꼼꼼하게 정해, 이동 동선 상에서 물건이 떨어지거나 쓰러질 위험성이 많은 곳들을 피할 수 있도록 체크해야 합니다. 해당 동선은 아이들과 공유해야 합니다. 아이들이 동선과 상황을 알수록 침착하게 대응할 수 있다고 합니다. 동선 조사를 기반으로 일본의 많은 동네들이 위험요소를 없애기 위해 주민들이 함께 블록 벽을 생울타리 벽으로 바꾸거나 자판기를 고정하고, 공원 등의 공공 공간들을 만들어 피난 장소들을 늘리는 등의 방재 마을 만들기 활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 딱 한 번이라도, 장난이라도 말해두어라
가족끼리 딱 한 번만 이야기해보시길 권유해드립니다. 우리나라에 자연재해가 늘어가고 있습니다. 이 한 번이 당신의 가족을 지킬 수도 있습니다.
정수경 즐거운도시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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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재해 #대피 규칙
기고 gigo@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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